1938년 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인의 집에 공급되던 가스가 갑자기 끊겼다. 가스를 많이 쓰던 사람들이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손실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살했다. 그들이 선호한 자살 방식은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었고, 죽은 후에는 요금을 낼 수 없었다. 에르크 뷔야르는 발터 베냐민이 전한 이 이야기를 다시 전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 시대가 비상식적인 실용주의에 입각해서 너무도 많은 끔찍한 이야기를 꾸며냈던 터라 나는 그것이 과연 사실인지, 혹은 농담, 음산한 촛불 아래에서 꾸며낸 끔찍한 농담에 불과한지 자문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신랄한 농담이었건 사실이었던 간에 중요하지 않다. 유머가 그토록 어둠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그것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고 히틀러가 당당하게 빈에 입성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자살했다. 절망이었다. 당시 누구도 그걸 타살이라 하지 않았지만, 그 집단적 고통 속에 스스로 가스를 틀어놓고 숨을 끊은 행위는 타살이었다. 역사가 그걸 증명한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1933년 2월 20일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장 궁전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스물 네 명의 독일 산업계, 금융계의 거물들이 모였다. 히틀러가 막 총리로 지명된 이후였다. 국회의장 헤르만 괴링이 등장하고, 조용하게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걸 그대로 옮긴다면 매우 정중한 부탁이었지만, 실은 협박이었다. 스물 네 명의 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금함에 돈을 넣는다. 바스프, 바이엘, 아그파, IG 파르벤, 지멘스, 알리안츠,티겐크루프... 얼마 후 히틀러의 나치는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이 되고, 총통이 된다. 그리고 히틀러와 나치가 전쟁에 패한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모두 16개의 이야기다. 전체가 150쪽도 채 되지 않으니 짧은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은 꾸며내지 않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이 있다. 그걸 소설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날의 비밀』은 그렇게 나치가 어떻게 등장하고, 어떻게 승승장구하고,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국 추밀원 의장 핼리팩스의 오판과 위선, 오스트리아 슈슈니크 총리(책 표지의 인물이 바로 그다)의 비굴함을 보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비웃을 수 있을까? 참담한 마음을 가져야 옳은가? 분노해야 하는가? 작가는 명시적으로 한 번도 그걸 묻고 있지 않지만, 결국은 그 질문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선뜻 답하기가 힘들다. 그 곤혹스러움. 그게 문학의 힘이고, 콩쿠르상은 그걸 보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