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은 4개 제국의 왕가를 끝장냈다. 합스부르크, 호엔촐레른, 로마노프, 그리고 오스만.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왕가는 당연히 합스부르크이지만, 로마노프 역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결국은 사회주의 혁명으로 막을 내린 로마노프 왕가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나카노 교코의 『명화로 읽는 로마노프 역사』는 비록 그림을 통하고 있지만, 로마노프 왕가의 흥망성쇠에 관해 기본적으로 알 수 있는 책이다.
로마노프 가문은 14세기 초 프로이센의 땅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독일 귀족 가문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렇게 이주한 이후 5대손인 로만 유리에비치가 자신의 이름 ‘로만’에서 따서 로마노프 가문으로 재탄생했고, 이후 이반 뇌제에 이르러 류리크 왕조가, 그리고 그의 폭정과 미치광이 짓에서 살아남은 한 방계가 로마노프 왕조를 창건하기에 이른다. 바로 귀족들의 이해타산의 산물로, 그렇지만 자신은 왕위에 오를 생각이 없었던 소년 미하일 로마노프였다. 하지만 하는 수 없이 올랐던 왕위라는 것이 무색하게 진짜 차르가 되었고, 수백 년에 이르는 로마노프 왕가의 기틀을 딱았다.
그런데 이후의 로마노프의 역사는 무척이나 어지럽다. 그들의 이름이 서로 반복되기도 하거니와, 관계도 (물론 합스부르크 만큼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복잡하다. 곤란스러운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가 “남동생이 누나를, 남편이 아내를 유폐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죽여” 이루어진 역사란 점이다. 그 과정에서 로마노프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예카테리나 여제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바로 이 외국인 여제 예카테리나 여제 시대에 로마노프 왕가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다는 점이다.
몰랐던 것들 가운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알렉산드르 1세에 관한 이야기다. 나폴레옹이 무리하게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역사인데, 그 때의 러시아 황제가 바로 알렉산드르 1세이다. 훤칠했던 그가 나폴레옹 전쟁에서 진짜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쩌다 역사는 그보다는 메테르니히를, 그리고 웰링턴을 더 앞에 두게 되었다고 본다.
로마노프 가문을 통해서 보는 러시아의 역사는 역시 음산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는 그들 못지않게 기괴한 상황이 펼쳐졌던 합스부르크나 영국 왕조의 역사와 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러시아라는 환경 조건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