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프랑스 대중 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미셸 뷔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다, 기욤 뮈소보다 미셸 뷔시를 앞에 둔다. 특히 『검은 수련』 같은 작품은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하면서도 절묘한 전개로 감탄을 했었다.
그래서 『CODE 612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도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게다가 <어린 왕자> 아닌가? 수백 개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 다음으로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는 여러 책 중의 하나로 꼽히는 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미스터리한 사라짐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가? 바로 그 작가, 그 소설에 관한 책이니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생텍쥐페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미국 생활을 접고 프랑스로 돌아와 비행기 조종간을 잡는다. 그리고 1944년 7월 31일 마지막 임무(실은 본인이 하지 않았어도 되는)를 위해 정찰 비행을 나섰다 실종되어 버리고 만다. 『어린 왕자』는 그가 유럽으로 돌아오기 1년 남짓 전에 썼다. 아주 가볍고 순수한 동화처럼 여겨지는 소설은 생텍쥐페리의 의문의 실종을 추적하는 이들에게 “유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미셸 뷔시는 바로 생텍쥐페리의 실종(또는 죽음)과 『어린 왕자』라는 소설의 관련성에 관해 미스터리의 기법을 통해 다시 해석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미셸 뷔시는 소설 속에서 어린 왕자 대신 비행기 정비공(이자 비행사)이자 『어린 왕자』 덕후이자 아마추어 탐정이, 어린 왕자가 방문한 여섯 행성 대신이 여섯 섬을 방문하도록 한다. 바로 장사꾼의 섬, 허영심 많은 여인의 섬, 술꾼의 섬, 왕의 섬, 가로등 켜는 사람의 섬, 그리고 지리학자 섬이 그곳이다. 이곳의 인물들은 Club612를 결성하고, 평생 동안 생텍쥐페리의 실종과 어린 왕자의 죽음을 추적해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이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정비공과 어린 탐정은 그들을 방문하며 『어린 왕자』라는 소설에 담긴 의미와 생텍쥐페리의 삶을 추적하고 음미한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생텍쥐페리와 그의 소설 『어린 왕자』에 관한 작가의 경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읽은 만큼 수많은 해석들이 나오는 소설이고, 또 미스터리한 실종으로 인해 그에 관한 수많은 음모론이 나도는 만큼 이 소설은 그만큼 흥미롭다. 그런데 실망스럽다. 우리에게 『어린 왕자』가 있는데, 왜 이런 소설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중간 중간 들었다. 작가가 참고한 여러 문헌들이 있는데, 그걸 또 소설로 반복하는 것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왕자』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소설적 장치로 다시 맞닥뜨리는 것은 반갑기보다는 조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린 왕자』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음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적당히 성공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