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역사

가와키타 미노루, 『설탕으로 보는 세계사』

by ENA

제목 그대로 설탕을 중심에 두고 세계사의 흐름을 보고 있다. 저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 시스템론’이라는 역사 관점을 가지고 시드니 민츠 등의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사용해서 책을 썼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세계 시스템론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얘기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고,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과 방법을 통해 저자는 설탕과 세계사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분석하고 있을까?


설탕을 본격적으로 세계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물론 알렉산서 대왕 시기에 인도 북부에서 “벌이 만들지 않은 딱딱한 꿀”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설탕은 대항해 시대 이후에 세계사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유래해서,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고온 흑인 노예에 의해 재배되어 유럽에서 소비된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설탕이 영국 등에서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이유가 중국에서 건너온 차(茶)에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설탕을 세계 시스템론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설탕은 싼 상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약으로서 많은 용도를 차지했지만, 나중에는 차와 마찬가지로 설탕도 소비하는 이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물품이 되었다. 어느 사회고 중산층은 상류층을 흉내 내기 시작하는데, 설탕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업혁명 시기에 이르러서는 공장 노동자의 열량을 보충하고 정신을 깨우는 물품이 된다. 이렇게 유럽인들의 생활상을 바꾼 게 설탕이었다.


설탕을 두고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노예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강제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설탕의 재료가 되는 사탕수수 재배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중남미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 구성을 바꾸어 놓았고, 자연 풍경마저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유럽인들의 부의 지도도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저자는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통해 당시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설탕을 매개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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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설탕과 같은 하나의 물건을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는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는 이를 통해 각지에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알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세계의 연결고리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 연대와 왕조의 흥망성쇠 등과 같이 단지 옛일을 조사하고 외우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세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와 같은 학문의 성격을 가장 적절히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임에 분명하다. 또한 설탕은 그렇게 역사를 기술하는 데 최고의 소재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주 적절한 물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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