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베토벤

에드먼드 모리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by ENA

모차르트와 더불어 베토벤은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 일컬어진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매우 다른 성격의 인물이었고, 또 음악을 들었을 때도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생애도 달랐다. 모차르트가 전형적인 천재의 삶을 살았다면, 베토벤은 선천적 천재라기보다는 노력을 통해 천재의 고지에 올라선 것 같은 인물이다. 모차르트는 당대 음악가에게 굴레처럼 씌워져 있던 직업적,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베토벤은 바로 그 제약을 최초로 극복해낸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베토벤과 관련해서는 청각 상실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음악을 작곡해낸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우리는 그런 사실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위대한 작곡가다. 그런데,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은 어떤 삶을 살았나? 에드먼드 모리스는 바로 그 ‘인간’ 베토벤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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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베토벤을 조명하고 있지만, 책의 맨 첫 부분과 끝 부분에서는 베토벤 음악의 경이로움을 한껏 드러낸다. 눈으로 세상이 정지된 상황에서 울려퍼지는 <교향곡 5번> 운명에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던 장면. 헛간에서 연주되는 베토벤의 <대푸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화재에도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불길을 잡았던 소방대원들의 모습. 베토벤의 신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베토벤을 추적하면 정말 한 인간이 보인다. 아버지의 강요로 피아노 연습을 해야만 했던 수줍은 소년에서 시작하여 청각을 상실하는 고통, 사랑하는 연인(‘불멸의 연인’)을 그대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겪었고, 결국은 우리에게 위대한 음악을 남겨준 불멸의 작곡가, 베토벤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감정적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미숙하고, 돈을 밝히며, 명성에 집착했고, 심지어 조카를 두고 양육권 싸움을 벌였던, ‘인간’ 베토벤이 있었다.


베토벤은 “음악 역사상 프리랜서 음악가의 자유”를 누린 인물이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최초로 음악가 자체로 인정받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리며 많은 수입을 올렸던 음악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층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 데 열중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역시 사회적 관계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역시 완전히 독립된 음악가라기보다는 “음악가와 귀족이 서로 각자의 자존심을 유지한 채 상호 의존적 관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모리스는 평하고 있다. 묘한 줄타기를 했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게 바로 베토벤이었던 셈이다.


몇 가지 새로 알게 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이라는 계보다. 이게 생물 연대로 봤을 때 맞는 순서이고,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만나서 배움을 청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봤을 때는 하이든에서 베토벤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베토벤은 하이든과 밀고당기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향곡 3번 영웅>에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런 극적인 장면은 없었다는 점(https://blog.yes24.com/document/18193847), 교향곡 5번과 6번의 순서가 베토벤이 생각했던 것과는 바뀌었다는 점(베토벤은 <전원> 교향곡을 먼저 작곡 ‘완료’했다. 그래서 그는 <전원>을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그보다 먼저 작곡을 시작했지만 나중에 완성한 <운명>을 6번 교향곡으로 여겼다고 한다) 등을 음악사의 자투리 상식처럼 남을 것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불멸의 연인”과 관련해서는 그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가 조카인 카를을 두고 동생의 아내와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아 아내도, 자식도 없던 베토벤은 조카를 자신의 아들로 두고 싶었는데, 그걸 법정까지 이끌고 가 엄마로부터 양육권을 빼앗았다는 것은, 그의 집착이 편집증에 이르렀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가끔씩 틀어놓고 읽었다.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베토벤이라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음악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래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에도, 미술에도, 그리고 음악에도 사람 이야기가 재밌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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