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 이어 이런 책이 나오다니,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건 분명한가 보다. 오죽하면 베르베르를 두고, ‘프랑스가 낳고 한국이 키운 작가’라고 할까. 묘하게도 일본에서는 거의 관심받지 못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개미』에서부터 최근 『꿀벌의 예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우리나라 말고 베르베르가 인기가 있는 국가는 러시아라고 한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가 베르베르가 작가로서 어떻게 작가가 되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고백하고 있는 자서전이라면, 『베르베르의 조각들』은 베르베르를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해부하고 있는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사진과 함께 시간별로 소개하고 있는 부분과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소소한 정보, 인용이 앞뒤로 절반쯤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베르베르와의(소설가로 데뷔한 그의 아들도 포함하여) 인터뷰, 그의 첫 작품 『개미』를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한 이후 지금까지 베르베르의 작품을 독점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와의 인터뷰, 최근 작품들을 거의 번역하고 있는 번역가 전미연과의 인터뷰, SF 애독자이면서 평론가 심완선의 짧은(그렇지만 상당히 복잡한) 평론, 여러 독자들의 베르베르(의 작품)와 관련한 경험담, 젊은 독자 세 명의 대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베르베르라는 소설가를 요목조목 살피고 있다는 게 꼭 맞는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몇 가지는 반복되고 있는데, 한 가지는 그의 상상력이고, 또 한 가지는 성실성이다. 『개미』에서부터 그의 작품은 단순히 인간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기보다는 다른 종의 동물들, 신의 세계, 혹은 우주 등 우리의 감각으로는 아직 닿지 않는 세계로 확장되어 있다. 그런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베르베르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천부적이다. 성실성과 관련해서는 그가 30년 동안 매년 10월 경에 책을 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금껏 지켜오고 있다는 얘기 하나로 다 설명이 된다.
또 한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가 SF 작가냐 아니냐는 논란이다. 거의 모든 인터뷰어와 글쓴이가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이 SF라고 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건 이른바 하드 SF라는 좁은 장르에나 해당되는 것이지, 그래도 소프트 SF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SF라고 할 수 있다, 혹은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SF의 토양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 또 그의 작품이 SF냐 아니냐 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식(그의 소설의 장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다!)으로 이야기를 나온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나는 그의 작품을 꽤 읽었지만, 또 꽤 읽지 않았다. 한 절반 쯤 읽었을까? 나오면 반드시 찾아 읽는다는 정도는 아니고, 기회 되면(또는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어디선가 주워들으면) 읽는 독자라는 얘기다. 그건 또한 그의 열렬한 독자는 아니라는 얘기인데, 그 이유가 바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좀 황당무계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좋게 보면 상상력의 소산이고, 나쁘게 보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게 어느 정도 잘 타협이 되고, 비중이 잘 조절이 되면 무척 좋게 읽게 되고, 그게 좀 쏠려 있다 싶으면 긍정적인 평가를 주기가 꺼려지는 형편이다.
한국이 키운 작가,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좀 더 알고 싶다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