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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02. 2023

기후변화로 인한 대붕괴에 직면한 인류

폴 길딩,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번역본 제목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는 기후변화와 세계 경제의 상관관계를 다룬, 상대적으로 좁은 주제를 다룬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원제는 “The Great Disruption”, 즉 “대붕괴”로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말 제목은 무척이나 순화된 제목이라는 것도.


일단 이 책이 나온 게 2011년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앞에 한국어판 서문을 담고 있고, 뒤에는 2019년부터 발표한 짧은 논문 여섯 편을 <보론>이라는 이름으로 덧붙이고 있지만, 그래도 핵심은 2011년 시점에 본 기후변화가 “세계”(세계 경제가 아니라)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 영향이라는 것은 바로 ‘대붕괴’, 혹은 ‘대붕괴의 조짐’이고, 이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어떠해야‘만’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린피스 출신의 환경운동가였고, 세계 유수 기업에 자문을 했으며, 기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지금은 여러 대학과 기관 등을 통해 강의를 하고 강연을 하는 폴 길딩은 기후 변화로 인해 ‘대붕괴’ 직전에 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순히 침체라든가, 지연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의 지구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미 2000년대 초반에 가능한 자원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쓰고 있는 지구에서의 인류의 삶은 지속할 수 없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것(이를 ‘성장 중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은 말도 되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성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삶의 질’은 ‘경제 성장’과 동일하자 않다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적 사항이다).


2011년 이미 대붕괴에 직면해 있다는 위기 의식 아래에 2018년부터 ‘1도 전쟁’에 돌입해야 하며(지구의 연평균 기온 상승을 1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당시의 기준이었던 2도, 혹은 이후의 1.5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그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5년간의 실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바로 올해 2023년까지 얘기다).


산림 벌채 및 기타 벌목 행위 50퍼센트 축소

5년 이내 석탄화력발전소 1000개 폐쇄

전기 배급제 실시 및 전력 활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캠페인 전개

석탄화력발전소 1000개에 탄소 포집 및 저장 시설(CCS) 설치

풍력발전기나 태양에너지발전소 설치 확대

적절한 입지에 거대한 풍력발전소나 태양에너지발전소 설치

원자재 생산 제약 및 재활용

교통 공해 50퍼센트 감축을 위한 매연 자동차 운행 할당제 시행

CCS 설비를 갖춘 바이오연료 생산 시설 구축

전 세계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메탄 포집 또는 연소

기후에 비친화적인 단백질 소비 자제(즉, 육류 소비 자제)

이산화탄소 10억 톤을 토양에 가두기

정부 및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쇼핑 자제 캠페인 


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는 이것들을 하나도 달성하지도 못한 것은 물론, 근처에도 가지도, 혹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폴 길딩의 제안은, 나아가 우리는 일단 실패했다.


폴 길딩은 매우 낙관적이었다. 위기가 닥치면 인류는 그것을 극복할 지혜를 내놓고, 협력하고 해결해왔다. 그래서 기후위기 역시 우리는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 전만을 내놓고 있었다. 10년 전의 제안과 기대가 달성되지 못한 이 시점에서는 어떨까? 여전히 그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아니 희망을 놓을 수 없다. 이것을 해결해나가지 못하는 것은 결국 ‘대붕괴’, 즉 단지 몇 억 명의 인구가 살아남아 다시 문명을 구축해나가는 시도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렇다. 그래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되 다시금 촉구한다. 상황을 인식하고, 변하기로 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마지막 문장은 상황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대응에 대한 촉구를 함께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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