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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14. 2023

서양의학 최고의 업적 10가지

마이어 프리드먼, 제럴드 W. 프리들랜드, 『의학의 도전』

저명한 의학자인 마이어 프리드먼과 제럴드 프리들랜드는 동료들과 의학서적 수집가, 의학 고서상 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서양의학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10가지를 추리고 그에 다루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한 작업인데 그 사이 이 10가지보다 확실하게 위대한 성취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 10가지 위대한 의학 업적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베살리우스의 인체 해부학

    하비의 혈액 순환 발견

    레이우엔훅(파스퇴르, 코흐를 포함하여) 세균의 발견과 세균병인론

    제너의 종두법 발견과 실행

    롱의 마취법의 발견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

    해리슨의 조직 배양법

    아니치코프의 콜레스테롤의 위험성 발견

    플레밍의 항생제 발견

    윌킨스의 DNA 구조


나 말고 누구라도 이 업적들이 그저 그런 것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다만 낯선 이름들이 눈에 띠는데, 조직배양법을 발견한 로스 그랜빌 해리슨이 그렇고,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을 처음 증명한 니콜라이 아니치코프가 그들이다. 조직배양법이 가져다 준 의학 연구에 있어서의 커다란 파급효과나, 현대 들면서 더욱 위험성이 증대하고 있는 콜레스테롤의 역할을 감안하면 해리슨이나 아니치코프의 이름이 전혀 낯설다는 사실은 의아스러우면서 과학자의 이름이 기억되는 방식에 대해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의아스러운 명단은 또 있다. 바로 DNA 구조 발견과 이름을 붙여 넣은 모리스 윌킨스가 그렇다. DNA 구조를 발견한 것을 위대한 업적에 포함하는 것에는 전혀 의의가 없는데, 그 업적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은 거의 왓슨과 크릭이다. 그리고 거기에 손을 들어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이름을 언급한다. 이렇게 윌킨스를 왓슨과 크릭 앞에 두는 경우는 처음 본다(그렇게 윌킨스를 중심에 두는 것처럼 챕터의 제목에 언급하고 있으나 본문에서는 그의 역할이 가장 중심이었다는 인상을 여기서도 받지는 못한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 인물은 마취법과 관련한 크로퍼드 롱이다. 저자들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롱을 이 업적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마취법을 발견하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책에서도 그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최초’라는 명예를 두고 질투와 협잡 등 갈등이 적지 않았다. 저자들은 그중에 이 업적의 지분에 가장 초연했던 시골의사 롱에게 영예를 돌리고 있다.


사실 저자들은 챕터의 제목에 각 업적마다 한 사람의 이름만을 적고 있지만, 내가 세균의 발견과 세균병인론과 관련한 업적에 파스퇴르와 코흐를 병기한 것처럼 모든 업적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내용으로 밝히고 있다. 인체 구조를 정확히 밝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책을 쓴 베살리우스 역시 그에 앞서 그런 노력을 한 이들이 있었고, 혈액의 순환을 밝힌 하비 역시 그 업적의 선취권을 주장할 수 있는 다른 인물이 있었다. 의학을 비롯한 과학이 ‘단’ 한 사람의 활약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당장 현대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이것들 중 가장 중요한 업적을 하비의 혈액 순환 발견으로 꼽고 있다. 그들은 하비의 업적은 단순히 심장의 기능과 혈액의 순환을 밝힌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학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바꾸었다는 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즉 하비는 의학에서 처음으로 실험의 원리를 도입했고, 생명의 원리를 새로이 정립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언급된 인물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매우 냉담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인간적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들도 적지 않았고, 또 경쟁심에 잘못된 일도 저질렀다. 그리고 또한 그들은 흔히 말하는 천재적인 인물도 드물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만 과학, 의학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으며, 호기심이 가득했다. 무엇이 위대한 발견에 이르게 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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