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페트로스키의 책으로 맨 처음 접한 것은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였다. 그저 여러 잡다한 사물에 대한 역사와 이유를 다루는 책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포크에 대해서만 다루는 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책은 거의 포크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포크 하나로 책 하나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했고, 또 좀 기이하단 생각도 했다. 더군다나 과학기술의 실패를 분석하고 있어 더욱 그랬다. 다음으로 읽은 것은 《연필》이었다. 그게 내가 이미 읽은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의 저자의 책이란 걸 모르고 읽었다. 연필. 이 단순한 물체에 대해 600쪽에 달하게 써냈다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는데, 보니 그게 헨리 페트로스키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주제, 혹은 소재에서 그 가장 밑부분까지, 그리고 가장 먼 데까지 나아가서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능력. 그게 헨리 페트로스키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물리적 힘》을 만났다. 이 책은 이전의 포크나 연필처럼(그리고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간 《책이 사는 세계》에서의 책장까지도) 어떤 특정한 사물에 집중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대신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온갖 ‘힘’에 대해, 어쩌면 자질구레한, 또 정확하게는 반드시 필요한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공학자의 관점에서.
공학자가 생각하는 힘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중력과 같이 우리가 지구상에서는, 아니 우주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조건의 힘이기도 하고, 건물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고, 음료수 뚜껑을 딸 때 필요한 힘이기도 하고,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돌을 높은 데까지 올릴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공학자들은 그런 일에 들어가는 힘을 계산하고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계산하고, 음료수의 병뚜껑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고, 달 착륙선의 모양과 무게는 어때야 하는 지를 결정한다.
나아가 힘은 전화기에서도 필요하고(전자력), 대중교통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판을 눌러야 할 때 필요한 힘도 있다. 어느 정도의 힘을 써야 숟가락을 들고 내 입 속으로 적절히 음식을 옮길 수 있는지 우리는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사실 거기에도 다 계산이 되는 힘의 크기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심지어 피자를 배달 할 때 흐물흐물해진 위쪽 커버가 피자와 닿지 않도록 만드는 조그만 삼발이 플라스틱을 고안할 때도 힘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다. 힘이 작용하지 않는 데는 없다. 그걸 느낄 수 있든, 그렇지 않든.
헨리 페트로스키는 자신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비롯하여 어린이들의 놀이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평상시에 접하는 모든 것들에서 힘을 찾아내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 도시를 상징하는 고층건물에서도 힘이 어떤 식으로 필요하고, 어떤 위험성이 있으며, 공학자들은 그것을 어떻게 확인하고 제어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그래도 공학 아닌가?), 그런 부분만 적절하게 잘 참으면 정말 놀랄 만큼 재미있고, 신기한 ‘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갖가지 힘들을 다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저자 소개에서 이게 그의 마지막 책이라는 글을 읽고 찾아보니 올해 6월에 죽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그의 관심사에 대한 강박 같은 철두철미함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니 아쉽다. 대신 못 읽은 책(《책이 사는 세계》 등)이 있으니 그것부터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