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으로 많은 사람들의 미술적 감각을 올려준 조원재가 미술을 넘어 예술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물론 거의 미술을 통해서이긴 하다).
조원재는 거의 모든 대목마다 삶과 예술을 연결시킨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예술, 무언가를 꾸준히 도전하는 마음과 예술, 어떤 대상을 두고 불현듯 드는 새로운 느낌과 예술 등등. 예술이라는 것을 예술가가 느끼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사명 같은 것이라고 하고 있고, 그런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그러한 욕구를 느끼는 것, 혹은 작품에 나름대로의 감상을 갖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예술일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그리 새로운 시각은 아니다. 작가는 이를 새로운 어떤 것이라고 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많은 예술가들이 삶과 예술이 합쳐지는 지점을 이야기해왔고, 또 많은 예술 이론이 삶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해왔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이고, 정말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이 다를까? 우선 내가 생각하기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미술관을 떠돈 이야기, 산티아고의 황량함에 관한 이야기, 어느 날 중고 녹음기를 사서 팟캐스트를 녹음하기 시작한 이야기, 제주도의 바다 이야기, 제주도의 카페 이야기 등등은 어디서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제주도 이야기는 나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피상적이다. 거기서 살아온,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가 없으니. 제주도를 ‘풍요로운’이라는 형용사로 표현하다니...). 다만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예술 이야기로 넘어가는 진지함이 엿보인다.
반면, 삶과 예술과의 관계를 화가와 작품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인상 깊다. 이를 두고 작가 미술 작품을 공부하듯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고흐의 삶과 그림, 마티스의 삶과 그림, 김창열과 이우환의 삶과 그림의 관계를 ‘알고’ 그 그림을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사전 지식 없이 작품 자체를 두고 큰 충격에 빠지고, 나름의 깊은 감상에 젖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예술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고, 또 예술이 우리 삶에 큰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술가의 삶과 그 예술가의 작품을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 나의 삶을 생각하고, 또 작품에서 다른 면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예술이 삶이 되고, 삶이 예술이 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