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곁에 있다. 괴상한 이야기가 떠도는데 정작은 직접 접한 사람은 없지만 그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믿기도 하고,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존재를 의심하지 않기도 한다. 두려움이나 욕망의 상징이기도 하고, 어떤 집단에 대한 은밀한 배제의 목적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괴물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공학 박사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괴물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 곽재식은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의 많은 괴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괴물 화학, 괴물 생물학, 괴물 물리학, 괴물 공학이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여러 괴물들이 어떤 것에서 착안된 것인지, 착각한 것인지, 혹은 의도한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과학적으로 봤을 때 괴물의 존재가 얼마나 얼토당토하지 않은지를 밝히고 있다. 어쩌면 너무 따지고 있고, 또 어쩌면 상상력을 파괴하는 짓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흡혈귀가 피를 먹고 살기 위해서는 대략 매일 8.8리터의 피를 먹어야 하고, 이건 두 사람치에 조금 못 미치니까 4일에 일곱 명씩의 피를 남김없이 먹어야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한다. 그리고 그 정도 양의 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또 어떤 장애가 있는지도 분석한다. 말하지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쉽지 않다는 얘기는 흡혈귀라는 상상이 과학적으로 거의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용이 입으로 불을 뿜기 위해서는 어떤 무리한 가정을 해야 하는지를, 개구리 왕자라든가 흰여우가 사람으로 변하는 게 (여기서는 과학적으로 뇌 혹은 전신 이식을 이야기하거나, 조직세포를 이야기한다) 얼마나 가당치 않은 일인지를 폭로(!)한다.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남들 앞에서 꼬치꼬치 따지다 보면, “당신, 대단하십니다!”라는 찬탄을 받기보다는 상대가 고개를 내저으며 절대 저런 사람은 상대하지 말아야지, 하는 속다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만약 내 아내라면 내게 퉁박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따져서 뭐 할거냐며.
그런데 괴물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추적하다보면, 그저 단순한 상상력의 소산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이런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늑대인간이라는 걸 왜 상상하게 되었는지를 보면, 다모증(多毛症)인 사람에 대한 집단적 따돌림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나, 미라가 영원불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정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곽재식은 그렇게 따지면서 이런 괴물들은 다 부질없고, 비과학적이니 싹 잊고 기록에서도 없애버리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나온 이유를 다시 생각하고 있고, 그 상상력이 현대에는 어떤 식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또 과학적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