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에 빠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감독: 샘 레이미
주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나의 별점: ★★★
영화를 보고 나면 별점을 매기는 것이 어느 정도 습관이 된 지금, 영화가 끝날 때 쯤 되면 대략적인 평가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과정에 있어서 상당히 고민될 때가 있다. 특정 별점을 주기에는 능가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을 주자니 부족해 보일 때 그렇다. 이런 문제는 영화가 대체적으로 부족하지만 신박하게 느껴질 만한 요소가 있었다거나, 영화 자체적으로 보면 높은 별점을 주기는 어렵지만 외부적인 사항이 평가에 개입되는 경우 등이 있다. 오늘 글을 쓰는 영화도 나의 평가 기준에 있어서 애매한 중간의 영역에 위치하는 영화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대중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르던 영화였다. 엄청난 시각효과를 보여주었던 <닥터 스트레인지>의 후속작이라는 점과, 페이즈 4 이후로 엄청나게 커진 세계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마블 히어로 영화의 2000년대 첫 성공의 영광을 이끌었던 샘 레이미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까지 말이다. 그리고 사실상 스파이더맨마저 마블 유니버스의 중심부에서 멀어지게 된 상황에서, 전 페이즈를 대표하는 히어로인 닥터 스트레인지의 서사는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 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문난 잔치를 기대하고 간 나에게는 먹을 것이 없지는 않았지만 잔치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먼저 위 영화는 마블 영화 최초로 호러라는 장르를 표명한 영화이다. 그랬던 만큼 일반적인 마블 영화와는 다른 으스스한 분위기도 중간마다 느낄 수 있었으며, 점프 스케어 역시도 영화 중간마다 배치되며 호러 영화임을 나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디즈니 산하 영화치고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잔혹한 묘사는 12세 등급보다는 15세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던 마블과 호러의 조합은 일단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앞으로 X맨 시리즈의 판권을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도 주었다.
두 번째로 시각효과를 살펴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앞서 서술했듯이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보여주었던 시각적인 만족감과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통해 보았던 마법효과의 향연은 앞으로의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히어로의 마법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게 상정하는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그 대비 이번 영화는 마법의 구성이 매우 단조롭게 다가왔다. 오히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적인 능력이 전편에 비해서 퇴보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상대 역이였던 스칼렛 위치 역시도 다크 홀드의 마법을 얻어내고, <완다비전>을 통해 보여준 현실 조작 능력에 비해서 단순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사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는 영화 자체적인 서사와 마블의 페이즈 4에 대한 두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영화 자체적 서사의 경우 2시간이라는 최근 마블 영화 대비, 그리고 소재 대비 짧은 시간이라는 점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점은 좋았다. 그러나 완다를 메인빌런으로 내세운 상황이였기에 그녀에 대한 서사를 집어넣고, 아메리칸 차베즈라는 신 캐릭터를 소개하기도 하며, 그 외에도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의 설명과 그에 상응하는 인물들의 등장은 그 사이에서 주인공으로 자리하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중심으로 자리 잡기에는 말 그대로 대혼돈이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멀티버스의 인물들은 그저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소모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야기를 쌓아 가는데 있어서 빈틈이 보였고, 마무리 역시도 급작스럽게 덮어버린 느낌이 강했다.
두 번째 부분은 좀 더 근원적인 문제이다. 어느새 마블 유니버스는 30편 가까운 영화를 쌓아왔고 그 위로 여러 편의 드라마 역시도 등장했다. 그렇게 쌓인 컨텐츠들은 처음에는 세계관이라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지만, 어느새 숙제로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영화의 경우도 <완다비전>을 보지 않았다면 서사의 이해에 있어서 결함이 생길 수 있고, 그 외에도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마블의 컨텐츠를 통달하고 MCU 이전의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기반 지식도 필요하다. 이는 새롭게 진입하려는 관객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콜세지가 말했듯 시네마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영화의 문제가 더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런 진입장벽에 대한 해소가 앞으로 페이즈 4의 지속적 흥행에 있어서 숙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블 영화는 아직까지 충분히 ‘재밌다’고 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위 영화는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만 그 대비 좋은 점이 충분히 앞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서사의 전개 역시도 솔로 무비 한편에 욱여넣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개라고 보인다. 이런 높은 잣대가 히어로 무비에 씌워진 것도 역시 마블이 쌓아온 이야기의 저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이 보여준 고점이 충분히 높았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오랜 팬으로서 앞으로 마블 영화가 보여준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그리고 그 중심에 서게 될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시리즈가 되길 바래본다.
한 줄 평: 다소 생소했던 마블과 호러의 조합, 일단은 절반의 성공. 다만 거대했던 소재대비 급했던 마무리.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요소가 영화보다 많아진다는 문제는 페이즈 4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