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 아메리칸 드림의 한국적 발현>

미나리 속에 숨겨진 익숙한 플롯과 관객에 평가에 대하여

by 콰트Kwart
미나리.jpg

감독: 정이삭

주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나의 별점: ★★★☆


최근 3년간 전 세계 영화권에서 아시아계 영상 콘텐츠가 가져온 파급력은 그 전의 모습과는 결이 달랐다. 2019년 아카데미의 전환을 이끈 <기생충>을 시작으로, 넷플릭스의 기록을 깬 <오징어게임>,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이브 마이 카>까지 과거 그저 하나의 외연으로 취급받던 모습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서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미나리> 또한 이와 같은 아시아 신드롬 사이에서 존재한다. <미나리>는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으로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미나리>의 선전에는 앞서 언급된 콘텐츠들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바로 한국 내에서 생산된 한국 콘텐츠가 아니라 해외에서 생산된 한국 콘텐츠라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미나리>는 해외 관객, 특히 미국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미나리의 플롯을 이해해야 한다. 미나리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힘들게 살아가던 한인 이민자들이 아칸소로 이주해서 농사를 시작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 겪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영화이다. 이런 줄거리는 미국의 1900년대 초반의 엘리스 아일랜드로 대변되는 유럽 이민자들의 이민 스토리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민과 그 과정 속 고난과 녹아있는 본래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기본으로 자리하는데, 이는 <미나리>의 기본 플롯과 비슷한 구조를 공유한다.


그렇게 미국인들은 본인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아시아인이라는 새로운 화자를 통해 들으면서 새롭지만 낯설지는 않은 플롯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는 PC 콘텐츠의 화자 교체를 통한 변화와도 비슷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단점은 매우 치명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관객에게는 플롯의 낯섦으로 인한 관객과 영화의 괴리감을 줄 수 있고, 미국의 관객 입장에서는 진부함 또는 스토리와 화자의 이질감으로 두 예상 관객을 모두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나리에는 이런 우려를 해결하는 영리한 장치가 존재했다. 가족의 할머니인, 순자는 평범해 보일 법한 아메리칸 하우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한국적인 존재 그 자체로서 미국적인 이야기에 한국적인 디테일을 더해주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작 중에서 데이빗이 순자가 그가 아는 할머니랑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즉 쿠키도 못 굽고, 욕하고, 옷도 이상하게 입는 그녀의 존재가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할머니로 다가옴과 동시에, 미국의 관객들에게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신선한 존재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있는 할머니의 행위가 바로 농사와 대비되는 미나리 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다른 방면으로 본다면, 한국인을 상징하는 것들의 단순한 대입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했다고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플롯인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와 한국적인 요소의 단순한 융합으로 이루어진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롯과 상징의 융합 역시도 쉽게 이루어지는 결과물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자칫 잘못된 비율로 배합된 플롯은 관객들의 몰입을 불가하게 만들고, 다양한 영화들이 이런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정이삭 감독은 익숙한 플롯과 한국적인 문화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물론 이런 성공의 배경에 감독 스스로 겪은 일이 존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엮어내는 능력 역시도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의심을 지우는 데에는 차기작의 평가 역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영화 산업적으로 <미나리>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앞서 말했듯이 <미나리>는 미국 내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물론 A24의 경우 일반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영화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배급사이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마치 <노예 12년>을 필두로 흑인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어느새 할리우드 영화의 하나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듯이, 아시아계 영화의 흥행이 해외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선이 담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아시아계 영화의 외연 확장의 가능성을 가져오길 바래본다.


한 줄 평: 척박한 곳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혼자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 엉겨붙어 의지하는 것. 쌉싸름하지만 향긋하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메리칸 드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배트맨: 성공인가 실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