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솔직한 평가
감독: 맷 리브스
주연: 로버트 패틴슨
나의 별점: ★★★★
근래 영화관에는 히어로 영화들이 범람하고 있다. 아이언맨의 성공으로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마블 유니버스와,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내고 있는 DC 유니버스, 그리고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거나 이를 비트는 작품들까지 말이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도 시네필들의 가슴에 굳게 남아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다크 나이트>이다. <다크 나이트>는 마블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의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는 와중에도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한다는 평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에게 이 영화는 종교와도 같은 경지에 이르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다크 나이트>의 성공은 오히려 DC에게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후의 통합 유니버스로 새롭게 리부트 된 시리즈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었으며, 그렇게 DC의 야심찬 계획은 스스로의 최고작에 짓눌려 오히려 과거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의 차이를 보이던 마블과의 대결에서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돌파구를 <조커>를 통해 찾게 되었는데, 이는 어두운 분위기와 작품성을 필두로 한 DC 코믹스의 장기이자, 영화관에서 마블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그렇게 리부트 된 새로운 <더 배트맨>은 한마디로 평가하기엔 다소 복잡하다. 이 영화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은 마치 식빵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이라는 러닝 타임과 다소 쳐지는 분위기는 어떤 이들에게는 마치 뻑뻑한 식빵을 먹는 듯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곰곰이 다시 한 번 씹어보면 그 밋밋한 맛에서 배어나오는 고소함이 느껴지는 듯하며, 3시간이라는 긴 시간에도 늘어지는 것은 있더라도 빈틈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는 결국 영화를 단순히 ‘재미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DC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다’에 가깝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함과 지루함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을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그 호불호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와 같은 평가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히어로 영화에 대한 생각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승리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서 히어로물을 고른다. 그러나 <더 배트맨>의 경우 이와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작품에서 배트맨은 날래고 상대를 압도하는 액션을 보이기보다는 우직하고 어설픈 듯 느껴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또한 승리 역시 통쾌하기 보다는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오히려 이 영화의 장기는 느와르적인 이미지의 추리극으로 보았을 때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답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속에서 묵묵히 해답을 찾아 헤매는 신입 탐정과 주변을 둘러싼 암울한 도시, 결말에 주어진 끝없는 굴레까지 말이다.
이러한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우리는 감겨있던 눈을 뜨고 이 작품의 진가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역시 품게 된다. 마치 스스로를 복수라고 칭하며 자신의 과거에 매몰되어 있던 탐정 배트맨이 진정한 해답을 깨닫고 새로운 고담에 희망을 걸고 나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끝나게 될지는 영화 속에서는 고담시와 배트맨에, 영화 밖에서는 차기작을 연출하는 이들의 역량에 달렸다. 결국은 승리하는 모든 영웅들처럼, 새로운 시리즈 역시도 그 끝이 창대하기를 바래본다.
한 줄 평: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방황하는 관객과 영웅. 그 끝에서 본 희망이 신기루일지 변화의 시작일지는 모두 미래에 달려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