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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현 Oct 03. 2022

당신은 몰라도 됩니다.

-상담 일화

1. 나에게 제대로  심리 상담의 길을 가르쳐  임인구 박사님과의 일화가 있다. 상담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이것이  삶을 바꿀  있을 것이라는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보던 시기였다.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 맞아. 저도 알아요.'라고 습관적으로 대답했고, 임인구 박사님은  앞에서 바로 '모르는데  안다고 해요?' 라고 피드백을 주셨다.


2. 나는 머리를 망치로 쎄게 맞은 것처럼, 혼란스웠다. '와, 맞네. 왜 나는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저걸 안다고 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며 의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평생을 갖고 싶었으며, 소망했던 '똑똑한 자아'를 바로 눈 앞에서 마주했던 순간이다.


3. 그리고 '똑똑함'이라는 것이 없어도 살 수 있나? 라는 나에게 던져진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임인구 박사는 당분간은 책도 강연도 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그런 컨텐츠를 소비하던 나에게 그것은 너무나 괴로운 과제였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는 것처럼, 옆에 이성친구가 없으면 마치 세상에 버려진 것처럼 느끼는 사람처럼 말이다.


4. 그렇게 3달을 임인구 박사의 조언을 따랐고, 결과는 놀라웠다. 책을 읽고 유투브를 보며 똑똑해지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 없는 '나'가 있었다. 완벽하게 쓸모 없는 것 같지만 그런 나를 품어주고 있는 더 큰 품이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안아주었다. 그건 분명 사랑의 체험이었다.


5.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몰라도 된다'라는 모름의 가능성이었다. 항상 아는 자가 되기 위해 애를 쓰며 에너지를 소진하던 나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괜찮음을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온전함을 그때 크게 깨닫게 되었다. '좀 몰라보세요, 몰라도 되어요, 우근씨'라는 임인구 박사의 따뜻한 조언이 사랑인 그 이유임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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