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사고는 정말로 공짜가 될까?

AI가 재편하는 지식과 사고의 가치

by 김우혁

최근 OpenAI에서 공개한 ChatGPT o3 모델은 여러 벤치마크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수학 문제, Codeforce(코딩), 박사 수준 지식에 대한 문답에서 모두 사람을 능가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특정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을 뿐, 더 복잡하고 일반화된 상황에서 동일한 성능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결과이다.


그래서인지 SNS를 보면 o3의 등장이 꽤 많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익힌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사고 능력)이 AI 때문에 삽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아가 '이제는 사고가 공짜가 되었다'라는 주장도 보인다.


과연 진짜로 지식과 사고가 공짜가 되었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의 명언은 아마 웬만한 초등학생들도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데이비드 도이치는 그의 저서 <The Beginning of Infinity>에서 위의 어구를 구체적으로 해석한다. 에디슨이 말한 '영감'은 새로운 지식이 창조되는 순간에 관여하는 사고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노력'이란 비창조적인 지적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별과 은하에 대한 새로운 사실(영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에는 하늘을 찍은 사진 속 수많은 점들 중 무엇이 별이고 무엇이 은하인지 구별하는 비창조적인 지적 노동(노력에 해당하는 부분이다)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리고 도이치는 이 '노력'에 해당하는 부분이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동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동화로 인해 절약된 자원은 '영감'만을 위해 사용될 수 있고,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공지능은 코딩, 방정식 해 구하기, 명제 증명하기, 실험 설계하기 등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지만 여전히 '노력'의 영역에 해당하는 비창조적 과정을 모두 자동화할 것이다. 즉 우리가 문제 상황만 찾으면 인공지능이 솔루션을 알아서 가져온다는 말이다. 이로써 우리의 문제 해결 속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과연 지식과 사고 능력이 필요 없다는 뜻일까?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첫째, 문제 인식 및 솔루션 활용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과 별개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사고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람이 과연 좋은 질문(문제 제기)을 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배우의 연기는 감독의 각본을 절대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각본이 안 좋으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나는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질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AI가 제아무리 우수한 실험 설계 및 수행 능력을 갖췄다고 한들 학부생이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보다 더 좋은 연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혜택 받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지식은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수준의 지식 내에서 더 좋은 질문을 하려면 더 높은 사고 능력을 요구한다. 즉 사고 또한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둘째, 구조적으로 '노력'은 '영감'을 위한 필연적인 존재가 아닐까?

이 생각은 어떤 논리에 입각했다기보다는 자연의 패턴으로부터 떠올랐다. 복잡한 기능을 위한 것일수록, 기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전체 계에서 더 높은 비율은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DNA가 있는데, 더 나중에 진화한 생물일수록 실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부분보다 별다른 정보를 저장하고 있지 않은 비번역부위가 훨씬 더 많다. 내가 알기로는 이 비번역부위는 번역부위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영감'만 존재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 미루어 보았을 때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더욱이 '영감'이 더 복잡한 지식을 생산할수록 더 많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여태까지 관측된 자연의 패턴이다. 그래서 나는 AI가 특정 '노력'을 자동화한다면 더 높은 차원의 '영감'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파생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AI가 노력을 자동화하면서 얻을 수 없게 된 '지적 기회 비용'을 메꾸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노력'이 AI에 의해 자동화되는 것은 사실일 듯 하다. 그러나 여태까지 존재했던 '노력'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속단이다. 아마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 고유의 지식과 사고 능력이 쓰이지 않을 거라는 예측은 무척이나 터무니없다. 따라서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식과 사고 능력은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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