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에 대한 생각이 바뀐 계기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론 머스크가 벌이는 사업들을 그다지 달갑게 보지 않았었다.
SpaceX는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 여러 항성계에서 살아가는 종으로 진화하기를 바라는 기업이다. Neural Link는 사람과 컴퓨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기를 원한다. 아마도 일론은 '호모 사피엔스는 기술과 결합해서 더 강력한 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유기체와 무기체의 인공적인 결합으로 새로운 종의 유기체를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꺼림직했다. 뇌에 이식한 칩을 통해 책 한 권을 몇 초 만에 읽어내는 인간은 더 이상 인간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거부감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를 대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 달리오의 저서 <원칙>에는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우주 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진리는 '진화'라는 것이다. 별이 생기고, 폭발하고, 그 잔해가 다시 뭉쳐서 또 다른 별과 행성이 되고. 에너지는 끊임없이 모였다가 분해되기를 반복하면서 재분배된다. 생명체, 국가, 회사, 별, 사상, 그 어떤 것에도 해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체 계는 발전한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봐도 수많은 문명과 국가가 세워졌다가 멸망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로 발전했다. 현대 사회도 언젠가는 붕괴하고 새로운 형태의 발전한 사회가 생겨날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 달리오의 주장이었다.
사람 뇌에는 변연계와 신피질이 있다. 변연계는 감각, 본능과 같은 동물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신피질은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사고, 즉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변연계는 다른 대부분의 생명체에도 존재하지만 인간에게는 유난히 발달한 신피질이 있다. 즉 신피질이 발달한 인간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변연계밖에 없던 동물의 뇌에 신피질이 생기면서 생존 확률을 높여 진화한 것'과 '현재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함으로서 생존 확률을 높여 진화한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자연적인 진화와 인공적인 진화, 유기체와 무기체 등을 나열할 수는 있겠지만 진화에 걸린 시간, 진화가 이루어진 환경에 따른 차이일 뿐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뇌에 칩을 이식해서 새로운 종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자연적인 진화와 같은 진화라고 친다면, 이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으므로 '인간답지 않다'라고 하기에 애매해진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기술이 온전히 좋은 효과를 지속하려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건축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도시가 생겼지만,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부재로 인해 치명적인 전염병을 여러 번 겪어야만 했다. 도시가 위생적인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같은 논리로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이 사람들 머릿속에 이식되기 시작하면 분명 예상하지 못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꼭 나쁘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고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인 것 같다.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든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각자만의 답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