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 미아리교회
# 정문
짱구의 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을 어찌 들어왔는지
방문 앞 창가에서 삼촌 같은 분과 벽옆으로 만들어진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도사님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친구가 되어가면서 알았지만 짱구 녀석의 넉살과 친화력은 준식이와는 달리 울트라 캡숑이었다.
교회 내부는 생각보다 컸다.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1층 선교원을 지나 2층 예배당은 건물 뒤로 길쭉이 뻗어서 나름대로 많은 교인들이 앉을 수 있었다.
처음 현준이에 이끌려 갔던 교회는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설교 말씀을 들었는데 이 교회는 의자에 앉아서 바로 앞에 책거리도 있어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성도들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학생들도 같이 대예배를 드렸고 이후 학생들만 따로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키도 그다지 크지 않고 어린 나이에 살짝 배가 나온 또래 아이가 중, 고등부만 모인 장소에서 사회를 보고 있었다.
전체 인원은 30여 명 즈음되어 보였고 중학생이 절반을 차지하는 듯했다
"오늘 새로 나온 친구가 있는데 소개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전도사님의 정제된 목소리에 따라 정문이가 자리를 내어준
옆에서 준식이는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첫날 소개부터 노래를 시킬 줄 알았다면 교회든 성당이든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준식이는 상기되었다가 이내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냉정했다.
어떤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응시했다.
준식이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 있어 푸하하 웃고 있던 녀석은 짱구였다.
영문을 몰랐지만 난 끝까지 노래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얘들은 왜 웃는지 몰랐다.
그렇다 준식이는 홍난파 선생님이 작곡하고
이은상 선생님이 작사하신 평상시 잘 알지도 못하는
'성불사의 밤'을 불렀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자~암이 들~고....
교회에서 부르지 말아야 할 금지곡이었겠느냐만은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며 자기가 불렀던 노래에
가사를 탓하고 있었다...
정문이 녀석은 제법 냉소적인 인상이었다.
"준식이라고 했지? 노래 잘하던데! 자주 보자!"
바나나 우유 빛깔 피부를 가진 정문이.
형과 목욕탕 갈 때면 가끔 마주쳤던 그 녀석이었다.
아빠가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꽂아주면 이내 받아 들고
맛나게 빨아재끼며 눈이 마주쳤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
준식이는 목욕탕에 아빠랑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존재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