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교회 친구들 5

1983 미아리교회

by 미담

#교준


교회에 한분 밖에 안 계신 장로님은 적당하신 키에

날까로운 인상이었다.

성서에 나오는 율법주의자가 우리 교회에도 계신 듯

존재만으로도 시멘트 바닥을 마룻바닥인 양

사뿐히 걸어 다녀야 했다.


예배가 끝나면 작지 않은 선교원 안에서

접혀있던 탁구대가 펼쳐졌고 늘 있었던

시합처럼 팀을 만들어 탁구를 치곤 했다.


준식이에겐 처음 잡아본 탁구 라켓이었다.

공이라고는 말캉한 공을 주먹으로 때려

야구를 하는 짬뽕공과 좁은 골목길에서

차범근을 흉내 내며 바람 빠진 축구공으로

요리조리 패스를 돌리던 운동이 전부였던

준식이에게는 마냥 신기한 도구였다.


" 준식아 너 탁구 처음 쳐보지?"

짱구는 제법 잘난 채를 하며 준식이 손에 쥐어진

라켓을 뺏어 들고는 맞은편 멸치와 가벼운 랠리를

주고받았다.


뾰족한 키에 빼빼 마른 아이

교준이었다

생각해 보면 오늘이 석 달은 출석한 교회 예배인데

말 한번 섞어보지 않았던 까만 멸치 녀석.

장로님과 닮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부담스러운

까칠함이 그분의 아들이라는 건 느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린 율법주의자.


"인사는 처음이지 난 교준이야. 진교준"

준식이도 남부럽지 않을 까칠함과 뻣뻣함을 지녔지만

제법 랍비와 같은 모습으로 인사했다.


준식이는 기회가 되면 웃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성불사의 밤을 부르고 있을 때

입을 삐죽 내밀고 팔짱을 낀 채 지켜보던 그 멸치였다.


처음 잡은 라켓으로 허공을 숫하게도 갈랐다.

죽도를 들고 있으면 멋있기라도 하겠지.

준식이는 언젠가 이 탁구공을 멋지게 스매싱을 날려

범현이. 정문이, 짱구 그리고 멸치 녀석의 콧대를 꺾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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