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웨얼 아유 리빙?

by 권도연

시작은 단순했다.



나는 두 곳의 출장을 가야 했고

몸을 둘로 쪼갤 순 없으니 팀원인 누군가와 나눠 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00에 있는 A기관과 ♡♡에 있는 B기관 중 누가 어디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팀원이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하는'마음에

그의 집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기관으로 배정하고자

그가 사는 곳을 물었던 것이다.


"어디 살아요?"


그런데 그가 이 쉽고도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마지못해 단어 하나를 던지는데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었다.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옆 팀의 팀장이

거기 집값 많이 올랐다던데


하니까 그 옆에 앉은 팀원이

적어도 십억은 벌었겠네 어쩌고


그러니까 그 앞에 앉은 또 다른 팀원이

그래서 내년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둥


또 그러니까 팀장이

화천대유 어쩌고 고발사주 어쩌고


하니까 이번에는 지나가던 부장이

유튜브를 보네 어쩌네, 가짜 뉴스 어쩌네 저쩌네.


나는 그만 그 상황을 만든 원인 제공자가 된 기분이 들어

일부러 가지도 않을 화장실을 가는 척 나와버리고 말았다.


그러고선 갑자기 허기를 느껴

편의점이나 갈까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이번에는 사원 둘이 코인 얘기, 주식 얘기다.


대박이 나서 퇴사를 했다는 21년도 버전 엄친아 이야기

집사는 젊은 사람들의 자금출처가 대부분 주식아니면 투자라는 카더라


난 또 그 이야기가 솔깃하여

네이버에 00 코인을 검색하다 연관 검색어에 뜬 어떤 외국인 게이머가 코인으로 70배 넘는 수익을 얻었다는 기사를 보았고, 이렇게 저렇게 클릭 클릭 하다

결국 배는 못 채우고 블로그를 봤다가 유튜브를 봤다가

몇 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코인 &주식 전문 유튜버에 구독 버튼만 누르고는 사무실로 복귀했더랬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오늘은 무얼 시켜 먹을까

요즘 유행한다던 필라테스나 상담받아볼까 하는데

오전의 그 녀석이 찾아와 그런다.


"팀장님. 아까 제가 00에 산다고 했는데요. 정확하게는 제가 그 옆 동인데. 같은 아파트에서도 행정 구역상 어디는 00고 저는 ×× 거든요. 근데 그냥 대충 그리 말씀드린 건데. 오해들 하시는 거 같아서."


그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그 말을 하는 팀원 스스로도 말을 뱉고 보니 어이가 없는지

얼굴이 붉어져 웃고 만다.



"미안하다. 내가 괜한 걸 물어서."




초보팀장이

팀원들에게 던지지 말아야 할 예민한 질문에

하나가 추가되었다.




웨얼 아유 리빙?


어쩌다 우리 모두 이렇게

돈돈돈

집집집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씁쓸한 날.


오늘은 왜이리 또 내 주식장만 흐르는건지

남들 다 대박난다는 유동성의 파도를 타지 못한 나는

오늘도 노동의 가치 운운하며 쓰다만 보고서를

열심히 파쇄기에 갈아버리는 걸로 우울함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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