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팀원들과 밥 먹기

by 권도연



팀장이 되어 팀원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면 편할 줄 알았다.




팀장급, 부장들과의 식사가 불편했던 쪼렙 시절,

나는 그들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팀원의 위치가 참으로 불편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반사적으로 발동하는 '냅킨 깔고, 수저 세팅' 동작,

대화가 끊기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부끄러운 개인사까지 탈탈 터는'자기 고백' 타임을 거쳐

운영비 카드 영수증 챙기기, 주문받기, 이모님(고모님, 여기요, 저기요) 부르기 등등

이건 밥을 먹는 시간인지 일을 하는 시간인지 모를 그 순간들이 괴로웠더랬다.




그래서 나는

빨리빨리 시간이 흘러 연차가 쌓여

수저 세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순간의 정적에 당황하지 않아도 되며, 필요한 게 있으면 "아.. 단무지가 없네." 식으로 읊조리기만 하면 되는 팀장이 되는 순간을 꿈꿨다.




그런데 되고 보니 이건 뭐.

나는 불편해하는 팀원들 앞에서

더 불편한 팀장이 되어 밥을 먹는 중이다.



수저 세팅은 하지 않고

카드 영수증도 챙기지 않지만

정적의 순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입을 열어놓고는

결국

'자기 고백'이 아닌 어느새 '라떼는'의 훈계를 하고 마는 것이다.



출처 : 삼성생명 유튜브 캡쳐


쓸데없이 밥상머리 앞에서 일 얘기나 꺼내는 선배들을 욕하던 내가 그 선배가 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내 자랑도, 리터럴리 '훈계'도 아니다.



할 말이 없으니까.


단순, 이 이유.


친한 친구라도 되면

연애 얘기, 부모님 얘기 등등 사적인 질문도 툭툭 던지겠지만


남도 아니고 님도 아닌 아슬아슬한 직장 내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에도 검열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이 저 후배를 불쾌하게 하지 않을까.

이 질문이 선을 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이 이 타이밍에 적절한가.

하다가 결국 화살을 나에게로 돌리는 거다.



내가 이 회사에 왜 있는 거고,

난 여기에서 어떤 생각으로 있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신입시절 선배들은 어땠고

그래서 나는 그랬다는 둥둥둥


결국 이 자폭은

'라떼는~' 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오늘 굳이 이 얘기를 꺼내는 건.

라떼는 말이냐로 시작되는 (나 포함) 선배들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그저

선배든 후배든, 팀원이든 팀장이든

회사도 괴롭고, 점심시간도 괴롭다는 거.



그저 너도 나도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로

위로받는 똑같은 직장인이라는 거.




그러니까

팀원들이여

우리 오늘 으쌰 으쌰 해서

1시간 일찍 퇴근해보자~




조금이라도 빨리

회사를 벗어나고 싶은 건

너보다 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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