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젤 잘 나가

타인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보는 그대

by 권도연



A는 자주 그런 말을 했다.


"선배가 절보고 그러더라고요. 외모도 훌륭하고 말도 잘하니까 TV에 나가보라고."


아니면 이런 말.


"원래 그 세션 발표를 제가 했으면 했대요. 근데 누군가가 로비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거예요."


팀장이 이렇게 얘기하는데 어느 팀원이 반박을 하겠는가!

팀원들은 모두 A의 말에 보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암요암요암요


평소에도 아부 잘 떨기로 유명한 차장은 이 말까지 덧붙였다.


"팀장님이 아니면 그걸 누가 합니까. 가장 유력한 예비 부사장님 아니십니까. 껄껄껄"




그니까 니가 제일 잘나간다구.



A의 업무는 탁월하다(고했다 자칭)

하지만 A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A는 '말'을 잘하는 거지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양보해서, '말'은 잘하지만 '글'을 몰랐다.

며칠간 밤새도록 키보드를 두드려 골라 쓴 단어와 문장, 수만 번의 클릭질로 얻은 확인된 팩트

'글'이고, '일'이라고 한다면

A는 결코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없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말'을 잘하는 것도 또 다른 능력이 아니겠냐고.

특히나 팀의 프로젝트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팀장이 있어야 팀도 팀원도 빛나는 것이 아니겠냐고.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빛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갉아먹는 것'에 의한 성취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특히나 '자신을 과신'하고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A와 같은 리더들은 분명한 특징이 있었다.


'자기중심적', '기분파'.



A들은 분풀이든, 속풀이든

자신의 집에서가 아닌 공적인 공간 어디에서 하고야 말았다.


A들은 자신의 권력과 위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A는 소리를 질렀고

A를 제외한 사람들은 눈치를 봤다.



배부른 사자가 사슴에게 장난삼아 달려드는 바람에 고요히 옹달샘에서 목이나 축이려던 사슴이

온 힘을 다해 도망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씁쓸한 동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사슴을 조직에서는 업계용어(?)로 갈굼 대상,

더 전문적 용어로 '감정 쓰레기통'이라 부른다.

팀원 중 가장 막내, 대들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팀원, 목소리나 행동이 소극적이거나 작은 팀원이 바로

A의 먹잇감이었다.







" 이거 좀 갈아버려라!"


A는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김 차장이 만든 보고서 끝을 잡고 하고 던졌다. 글자가 빽빽이 수놓아진 한 장 짜리 보고서는 A의 손가락 스냅에 의해 팔랑팔랑 거리며 허공을 가로질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약 3.4초간의 시간이었다. 그 짧은 찰나에 나빌레라 날아가는 보고서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모멸감.



팀원이 만든 보고서를 더러워 손대기 싫은 쓰레기 집듯 검지와 엄지로 집어 들어 던지는 행동은 A의 전매특허였다. 아주 독특한 점은 A는 자신의 상사 앞에서도 자주 그런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혹은 과한 액션으로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A는 아주 자주, 종이를 손 끝으로 날렸다.


A는 그러한 자신의 거만한 행동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듯했다. 자신의 제스처에 주의가 집중돼, 주변을 압도하고 주도권을 쥘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투였다.



그리고 A는 '손가락' 행동 끝에 말을 붙였다.


"난 누가 뭐라 그러 든 상관없어. 난 권력 앞에 아부하지 않아! 내 기조와 내 곤조를 지킬 뿐이지!"



하지만 A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심지어 A 스스로도

A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의식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특징


무한한 성공욕 충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 지위나 성공을 위하여 대인관계에서의 착취, 공감 결여, 사기성 같은 행동 양식을 보인다. 보통 자존감과 관련된 심리적 문제가 있다.


1.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은 상황을 불안해 한다.

2.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선정적, 도발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

3. 감정이 급격히 변한다.

4. 상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막연하게 말을 하기 때문에 말 내용에 깊이가 없다.

5.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모를 이용한다.

6. 감정을 과장되게 극적으로 꾸며서 표현한다.

7.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제보다 친하다고 여긴다.




대하는 법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두고 '히스테리성 성격 장애'라고 지칭한다.

이들의 인생 최고의 목표는 주목받는 것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이 공허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들을 대할 때는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말과 행동에 다 공감하고 받아준다고 해도 이들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용과 충성은 금물.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냉담하면 그들은 상처를 받고 당신을 더 괴롭힐 것이다.

이전 01화심리학도의 눈으로 본 직장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