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중에 얘기하죠

일 쳐내지 못하는 당신

by 권도연



김책임은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좋은 리더는 아니었다.





"자, 회의 좀 합시다."


김책임은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인상을 구기며 팀원들을 불렀다.

그 사인은 '미안하지만'의 사인이었다.


'미안하지만 이 일을 좀 해야겠어.'

'미안하지만 이거 우리가 처리해야겠어.'


이렇게 귀엽기라도 하면...


김책임의 사인을 인지한 팀원들은 올 게 또 왔다는 듯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어떤 똥을 가져왔을까?"

"우리 부서 일만도 많은데, 왜 매번 다른 팀 일을 가져오는 거야?!!"

"착해서 그렇지머."

"저게 착한 거냐? 무능한 거지!!"


박 차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책임의 별명은 '착한 사람'이었다.

선, 후배 모두 김책임을 좋아했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는(못하는) 김책임에게 후배들은 자주 농담을 건넸고, 밥을 사달라 졸랐다.


하지만 김책임이 팀장이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가까운 후배들부터 김책임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김책임의 이름에 '무능', '멍청', '한심', '병*' 등의 험한 단어가 따라붙었다.


김책임의 문제는 분명했다.

김책임은 'YES'맨이었다.

시키면 YES, 부탁에도 YES, 사과에도 YES! YES! YES! 였다.


팀원일 때는 김책임의 그런 태도가 B만의 문제였다.

하지만 팀장인 김책임의 '예스맨' 태도는

팀 전체에, 팀원들 각각에게 부담을 주었다.

김책임은 다른 팀의 업무를 넘겨받았고, 하고 있는 업무에 더 한 업무를 가져왔으며, 상사의 지시를 가르마 타지 않고 그대로 받아왔다.

팀원들은 김책임이 저지른 일의 뒤처리를 해야 했다.

팀원들은 매일 야근을 했고 주말근무를 하느라 허덕였다.




직장에서는 매일매일 폭탄 돌리기 게임이 벌어진다



그러다 어느 날 박 차장이 용기를 냈다. 막내 팀원이 연일 이어지는 야근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쏟은 다음 날이었다. 박 차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칼을 뽑았다.


"저기 책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차장이 김책임의 파티션 앞에 섰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모두의 눈은 모니터를 향해 있었지만 귀는 모두 차장과 김책임의 대화에 쏠려 있었다.


"뭔데요?"

꼽등이처럼 굳었던 허리를 펴며 김책임이 차장을 올려다봤다.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아... 그게."

김책임음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얼굴에는 곤란함이 스쳤다.


"이따가 사장님께 보고를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아.. 보고 있으세요?"


상식대로라면 팀장은 팀원들에게 보고 일정을 공유해야 했다. 하지만 김책임은 보고는 자신의 업무라고 생각했다. '바쁜 팀원들에게 보고 업무까지 부담을 줄 순 없어!!!'라고 B는 생각했다. 하지만 김책임의 보고 자료를 만드는 것도 팀원들이었다.


"미안한데요. 담에 얘기하면 안 될까?"

"...."


용감하게 칼을 뽑았던 차장은 배춧잎 한 장 베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김책임은 팀원들에게 자료를 받아 간단히 편집 후, 사장 보고를 간다며 사라졌다. 그리고 20분 후 돌아왔다. 물론 또 똥 씹은 표정을 하고서. 팀원들은 이번에도 남의 똥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회의 좀 할까요?"


김책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 차장이 일어났다.


"책임님, 저랑 이야기 좀 나누시죠."


"..."


김책임이 또다시 미간을 구겼다.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박 차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저희 일이 너무 많습니다. 계속 다른 팀 일을 가져오시는데. 책임님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만으로도 힘들어요. 이번엔 또 어떤 팀 일인가요? 마케팅? 홍보? 아니면 연구팀인가요?"


박 차장을 비롯한 모두가 김책임의 입을 바라봤다.

김책임은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김책임은 말이 없었다.


김책임의 팀원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답답한 공기가 사무실에 그윽 찼다.


그 다음 날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김책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팀원들도 입을 닫았다. 모두가 불편했고 모두가 괴로웠다.











특징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자 하는 '애정 결핍'의 한 유형. 거절을 하는 데 두려움이 있다. 상대의 지시나 부탁에 'yes'는 하지만 아무 대책이 없다. 항상 위축이 되어있고, 자신감이 없다. '약자 포지셔닝' 탓에 동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다. 한마디로 '피동-공격형', 무서운 점은 이들의 내면에는 엄청난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들을 '회피성 성격장애'로 진단한다.

이들은 대인 관계에서 억압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부정적인 평가에 상당히 민감하다.


1. 비난, 반대, 거절이 두려워 중요한 사람들과 교제를 포함한 직장에서 활동을 피한다.
2.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한다.
3. 친한 사람들과 관계에서도 창피 당하거나 놀림당할까 조심한다.
4. 사람들과 어울릴 때 비난받고 거절당하리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5.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피한다.
6. 자신을 사교성이 부족하며, 매력이 없고, 남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7. 곤란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신상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기를 매우 꺼린다.

-출처 : 내 주변의 싸이코들, 두에인 L 도버트, 황소걸음





대하는 법


당신이 부정적인 표현을 하거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들을 움츠리게 할뿐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표현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어떠한 변화도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함께 가야 한다면 이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줘야 할 것이다. 끝까지. 변할때까지.

이전 02화내가 젤 잘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