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을 좋아하지만 핑크색을 입습니다

이미지 메이킹 5화

by 권도연

"그러니까 저렇게 얌전해 보이고 전형적인 패알못같이 보여도 완전 패잘알이더라니까요. 저 어때요? 이거 민지 씨가 추천해 준대로 입은 건데."


이 차장은 출근하자마자 고 팀장과 팀원들 사이를 뱅그르르 돌며 펜슬 스커트를 자랑했다. 팀장은 그녀의 패션쇼가 귀여운 모양인지 엄마 웃음을 띠며 깔깔댔다.


"그럼 나도 민지 씨한테 추천을 좀 받을까?"


민지는 고 팀장의 말에 쑥스러운 듯 어쩔 줄 몰라했다.

민지는 '판을 깔아주면 오히려 입도 뻥긋할 수 없는' 지극히 내향적이고 소심한 INFJ였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파티션 너머로 박 부장이 고개를 빼며 물었다.


"아 나부터 해주면 안 되나? 이거 넥타이 어때?


박 부장의 타이는 아주 진한 *페이즐리 무늬였다.


페이즐리 무늬. 독특하면서 오묘한 멋이 있지만 올드해 보일 수 있으니 착용 시 주의해야할 무늬다.



"혹시 어느 색의 재킷을 입으시는지...?"

"나?"

"박 부장님 매일 베이지색 입으시죠."


이 차장이 대신 대꾸했다. 민지는 더 이상 머뭇거렸다가는 자신에게 쏠리는 지대한 관심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용기를 내 아는 지식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민지.


"타이를 고르실 때는 슈트의 색상을 기본이라 생각하고 같은 계열이나 보색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 타이는 베이지와 어울리기는 힘들어 보입니다아.... 혹시 다른 색 타이 없으신가요? 베이지 계열로요."


민지는 박 부장이 불쾌해할까 노심초사하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박 부장은 의외로 신기하고 진기한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 안 그래도 내가 타이가 깜장, 빨강, 노란색밖에 없어서 조만간 백화점에 갈 예정이었거든. 고마워. 담엔 그걸로 사봐야지."


"아 베이지 슈트에는 네이비 색도 어울리니 무난한 타이 색을 찾으신다면 네이비색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부장님은 인상이 진하시니 굵직한 무늬보다는 무늬가 없는 걸 추천드립니다..."


민지의 말에 모두가 입을 모아 오... 하고 소리를 냈다. 이어 고 팀장이 말을 걸었다.


"나도 컬러 추천을 좀 해줘 봐 봐. 퍼스널 컬러라고 한다지? 난 내가 쿨톤이라고 생각하는데 팩트 살 때마다 웜톤이라고 하더라고.


민지는 고 팀장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나 이미 피부 화장을 마친 그녀에게서 피부색을 찾기란 어려웠다.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기 위해 많이들 찾는 손목 핏줄 색이나, 손등 색, 눈동자, 헤어 색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민지의 결론이었다. 본인만 해도 헤어는 이미 염색한 지 오래고, 손목의 핏줄도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여있으며 손등의 색은 얼굴색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민지는 그래서 이 차장에게 물었다.


"차장님, 혹시 고 팀장님이 어느 옷을 입고 오셨을 때 예쁘다거나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거나, 좋아 보였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음... 아 맞다. 며칠 전에 팀장님이 블랙과 화이트로 된 바지 정장 입으셨을 때요!! 그때 완전 김혜수 같아 보였다고요."

"김혜수는 무슨. 야 누가 들으면 욕한다~"


하면서 은근 기분은 좋은 듯 웃는 고 팀장. 민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퍼스널 컬러. 매일 당신을 보는 누군가가 "오늘따라 예쁘다"라거나 "분위기 있어 보인다"라는 말을 한 날, 입은 옷을 떠올려보라.

그 색이 어울리는 당신의 피부톤이 바로 퍼스널 컬러다.



"그럼 팀장님은 쿨톤이 맞으세요. 블랙과 화이트, 네이비와 블루, 로열 퍼플 같은 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쿨톤이에요. 그중에서도 겨울 쿨톤이요. 푸른색과 검은색을 베이스로 한 채도가 높은 색상이 잘 어울리실 거예요. "


쿨 윈터에 어울리는 색

"오.. 역시 내가 늘 뭔가 차가운 색 옷을 입는 이유가 다 있었다니까.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그날 이후 민지는 다른 팀 팀원들의 퍼스널 컬러 진단에도 조금씩 첨언을 해주었다. 민지의 '신입사원의 이미지 메이킹 스킬'은 그렇게 순항을 타는 듯했다.


섹쉬배우 브룩쉴즈가 전형적인 쿨 윈터 톤이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혼동한다. 심지어 자신의 취향을 우기며, 얼굴색을 어둡게 하거나 아파 보이게 하는 옷, 혹은 헤어 색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패션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비싼 옷이나 패셔너블한 옷이 필수인 경우도 거의 없다.

타인에게 신경 쓰는 것 조금만이라도 스스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열면 자신이 가진 것 이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학에서 뿐 아니라 패션, 경영학 등 모든 학문에서도 적용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색, 이미지 등과 조화를 이루는 색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필요도 없고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일부러 화장품 가게에 들러 어색하게 제품을 묻는 것도 불필요하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개인의 색상, 각 개인 고유의 색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관리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다음, 옷을 입는 매너까지 알면, 당신의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넥타이를 매는 경우 조끼 아래로 타이가 보이지 않도록 길이를 조절한다거나

노타이에 셔츠의 깃을 상의 밖으로 내어 입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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