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질은 싫지만 의전은 배워야겠습니다
이미지 메이킹 6화
'이미지 메이킹 1급' 자격증이 있는 신입사원,
패셔너블하지는 않지만 컬러와 패션에는 해박한 신입사원.
근 3달간 김민지 사원에게 따라다닌 수식어였다.
회사 내 선배들은 김 사원의 재능을 궁금해했고, 그녀가 가진 지식을 나누고 싶어 했다. 그날도 소비자 분석 팀원들과 퍼스널 칼라에 대해 한창을 얘기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업무랑 접목시키면 말이야, 우리 회사의 주력 상품인 핸드워시 용기 컬러가 우리 브랜드 이미지랑 찰떡이란 결론인 거지. 우리가 조사해본 바로는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예뻐서', '욕실 분위기가 좋아져서'라잖아. 부서장님의 아이디어였다지 아마?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신제품 관련해서 각 부서마다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는데, 컬러 관련 아이디어를 낼까 해. 내일 점심때 부서장님 뵙기로 했는데 민지 따라갈래?"
고 팀장의 말에 민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부서장이라니. 신입사원에게 부서장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만큼이나 어렵고 까마득히 높아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상사였다. 게다가 그 부서장이라면,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뵌, 무서운 인상의 그.. 분? 내가 버벅대면서 횡설수설하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이라던 저승사자같았던 그.. 분?
신입에게 부서장은 이런 느낌
"어머. 특급 승진인가요. 부서장님 오찬에 저희 한 번도 데려가지 않으셨잖아요."
이 차장이 질투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차장님이 대신 가주시는 건 어떨..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민지였다.
*
다음 날, 고 팀장은 아침부터 긴장감에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있는 민지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점심 잊지 않았지?'
'넵.'
'내 차로 운전해서 홍대로 넘어갈 거야. 식당 예약은 내가 했어. 내 이름으로. 메뉴는 이탈리안, 괜찮지?'
'넵.'
화장실에서 쓰러지는 상상,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구르는 상상 등등을 하던 민지는 실제로 긴장감에 화장실을 계속 들락 들락 거렸다.
"가자."
고 팀장이 일어나 민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때부터 민지의 심장은 농번기의 기계처럼 거칠게 투둑거렸다.
"내가 차 가져올 테니까 b동 입구에서 부서장님 먼저 뵙고 인사드려. 그쪽으로 오시라 말씀드렸거든."
오 마이갓. 자리에 서서 긴장감에 종종 거리고 있는데 부서장이 나타났다. 민지는 집에서 수십번 연습한대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김민지입니다. 고 팀장님께서 차를 가지고 가셨고.."
"네. 알아요."
부서장은 생각보다 더 무뚝뚝했다. 민지의 등줄기로 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이윽고 고 팀장의 차가 도착했다. 민지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 차 문부터 열어드려야지.
차 뒷문을 열었다. 순간 민지는 부서장이 먼저 타면 부서장이 엉덩이를 움직여 안쪽으로 어렵게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민지는 '제가 먼저 타겠습니다' 하면서 차로 올라탔다.
그런데 차에 오르는 순간 본능적인 싸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치마를 입은 민지의 몸뚱이가 스스로를 밀어 위치를 이동하려니 매우 우습게 뒤뚱거렸다.
운전석에서 백미러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고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치 빠른 민지는 그걸 또 캐치하고 말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부서장은 민지의 곤란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음 하고 목소리를 다듬고는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탁 하고 뒷문을 닫았다.
탁. 그제야 민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깨달았다.
'나 실수한 거지? 부서장님이 차 문을 직접 닫았잖아.....'
하루 종일 쿵쾅대던 민지의 심장이 더 크게 쿵쾅댔다.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베테랑 고 팀장은 부서장에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기 시작했다. 덕분에 부서장의 굳은 표정은 누그러졌고 민지의 심장박동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고 팀장이 예약한 식당은 건물 5층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려 올라가는 동선이었다. 고 팀장이 앞장을 섰고 그 뒤로는 부서장, 그리고 그 뒤를 민지가 따랐다. 민지는 고 팀장보다 앞장서 가야 할지, 부서장을 앞질러 가야 할지 고민스러워 엉거주춤 보폭을 줄였다 넓혔다 안절부절못했다.
제가 제일 막내니까 그냥 졸졸 따라가면 되는거 아닌가요. (출처: 기독일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고 팀장이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민지는 손을 뻗으려다 민망한 빈 손을 거두었다. 도착. 문이 열렸다.
민지는 예의를 차린답시고 부서장님 앞으로 손을 뻗어 먼저 가시라 안내했다. 찌릿. 고 팀장의 눈빛이 매서웠다.
민지는 자신이 막내이기 때문에 모두가 탄 다음에 가장 나중에 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의 침묵. 1.2.3.4.5.
또 한 번 민지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민지는 아, 먼저 내려 안내해야하는 갑다 싶어 문이 열리자 마자 냅다 내린 후 이미 열려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았다. 부서장이 또 크음 하면서 내렸다. 뒤 이어 고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렸다.
식사 장소는 룸이었다. 고 팀장이 먼저 들어가 창가의 맞은편 자리의 의자를 빼며 말했다.
"부서장님. 여기가 경치가 좋아요. 여기 앉으셔서 풍경 보며 식사하셔요."
"그래. 거기가 상석이겠구먼."
"네 그죠. 오늘 주인공은 부서장님이시니까요."
"하하. 우리 고 팀장 말 한 번 재미나게 한다니까. 본인만 잘 나가지 말고 여기 신입사원도 교육시키라고. 의전을 이리 몰라서 되겠어?"
"하하하하. 제가 단단히 교육시키겠습니다."
없는 게 없는 무도짤
민지는 부서장의 농담 같은 농담 아닌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점심시간 내내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고 말았다.
의전, 즉 비즈니스 매너는 사회생활의 기본이자 상식이며 배려이다.
1. 착석 매너_ 자동차
출처 : 외교부 홈페이지- 민지의 경우, 차주인인 고 팀장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조수석의 문을 열어 부서장을 먼저 태우고, 자신이 뒤에 타는 것이 맞다.
2. 엘리베이터 매너
출처 : 대한 전선-엘리베이터에도 상석과 말석이 있지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타고 내리는 순서다.
민지는 엘리베이터를 가장 먼저 타고, 가장 늦게 내려야 했다. 쉽게 외우는 방법으로 '엘리베이터를 위험한 지옥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있다. 위험하니 막내가 가장 먼저 타서 지옥을 맛보고(?), 가장 늦게 내려야 한다는 것.
3. 식당 상석
출처: 신세계 블로그4. 번외편_테이블 매너
출처 : design.co.kr-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쪽 끝에 놓인 것부터 사용한다
- 빵 접시는 본인의 왼쪽에 놓고, 물컵은 오른쪽에 놓는다.(좌빵 우물)
- 식사 중에 자리를 뜨게 되는 경우 포크와 나이프는 접시 위에 팔八자로 내려놓는다. 이때 포크는 뒤집어서 놓고 나이프는 날이 안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 식사가 끝난 후라면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오른쪽으로 가지런히 모아놓는다. 만약 다 먹지 않고 화장실을 간다고 중간에 일어나면서 식기를 모아 올려놓으면.. 당신은 자리에 돌아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