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비서관 대신 장자방은 어떠신지
“진나라가 포학무도하였으므로 해서 패공께서 이곳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무릇 천하 사람들을 위해 진나라의 남은 포악한 잔적들을 제거하려면 마땅히 청렴하고 검소한 것을 그 본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막 진나라 도성에 입성하자마자 그 즐거움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마치 사람들이 말하는 '걸(桀)을 도와 학정을 펼치는 것입니다."
때는 진이세 3년(BC.207). 항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유방은 호화스러운 궁전과 수많은 보물들을 보자 눈이 뒤집혔다. 그런 유방 옆에서 장자방은 청렴과 검소를 이야기하며 유방을 저지시켰다. 장자방은 현재의 승리에 취해 전체 국면을 보지 못하면 결국 대세를 그르치게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승리로 얻은 관중 땅을 적이었던 항우에게 내주자고까지 했다.
전투에 지더라도 전쟁에 이겨야 합니다
이 말로 장자방은 유방을 설득시켰다.
참모(參謀), 모사(謀士), 책사(策士) 지금에 와서는 킹메이커, 분신, 막후 실세로 불리는 사람. 고대 중국 한(韓) 나라의 장자방은 유방의 곁에서 계책과 간언을 해주던 충신이자 비서였다. 그는 유방이 식사 중이라도 거침없이 들어가 진언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고 전해진다. 왕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유능한 비판자 역할에 충실했던 장자방에 대해 중국 역사는 공을 세운 참모나 정치가를 '나의 장자방'이라고 칭해왔다.
우리의 역사는 어떠한가. 왕건에게는 최응, 견원에게는 최승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성계에게 정도전, 이방원에게는 하륜, 그리고 수양대군에겐 한명회가 있었다. 그들은 진중했고 거침이 없었다. 과거를 답습하거나 지도자의 눈치만 보는 수동적 자세의 참모가 아니었다. 또한 자리와 명예를 탐하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과 민심을 읽고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성공을 만들었다.
게다가 조선시대에는 사간원(司諫院)이란 곳에 간관(諫官)을 두기까지 했다. 간관의 임무는 왕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왕들이 자신의 믿음을 거스르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참모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는 씁쓸한 증거인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사람들은 역사서를 꺼내 읽는다. 그중 자치통감(資治通鑑)과 동국통감(東國通鑑)의 '감'은 거울 감(鑑) 자를 쓴다. 거울, 본보기란 뜻의 이 한자가 역사서에 쓰였다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전에 벌어졌던 일을 반추하고 되새겨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모들의 쓴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리고 참모들은 그녀를 설득할 줄 몰랐다.
불통의 정치는 결국 온 국민을 불행 속으로 몰아 넣었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이 호프집을 찾았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관한 중소기업인의 하소연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깜짝 방문이라고 했지만 연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쇼냐 아니냐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느끼고자 했던 진짜 체감 경기 그 자체였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고용지표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입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되어 왔다. 국민들이 느끼는 실제 경기를 무시하고 보고 싶은 것, 알리고 싶은 것만을 골라 확대 해석하는 방식으로 희망 고문식의 낙관론을 펴 온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제대로 보고했다면, 굳이 호프집에 나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될 터였다.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의 방향이 실패했다고 판단될 때는 청와대 내부에서 시정을 요구하는 쓴소리가 먼저 나와야 마땅하다.
명견만리. 2017년 여름,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책 한권의 이름이다. 밝은 눈으로 멀리 보는 것.
하지만 멀리 볼 것도 없이 당장 내일이라도 길거리에 나앉아야만 하는 자영업자가 수십만이다. 바로 몇 달 후면 오랜 시간 젊음을 갈아가며 땀 흘린 청춘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진짜 삶은 만리가 아니라 청와대 밖 바로 십리 앞에 펼쳐져 있다.
최근 정부는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할 것이라 밝혔다. 이미 대통령 비서실에는 486명이 있다. 참여정부(531명) 이후 가장 많은 수다.
그 속에 밝은 눈과 경청하는 귀로 대통령에게 진짜 서민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제 2의 장자방이 있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그래야 정치가 산다.
현명한 리더들은 팀 플레이어에 대한 특수한 정의, 즉 집단의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단에 가치 있는 정보를 추가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수용한다. 리더들은 반대 의견을 내는 구성원에게 불이익을 가하기보다 보상을 안겨주는 조직 문화를 조성한다. 이것은 반대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 <와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