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 사이 발생한 이슈를 정리하고 앞으로 한 주의 안건을 준비하는 분주한 시간.
이 바쁘고도 피곤한 월요일 아침,
국회 회의문이 열리기도 전에 분위기를 일순간 바꾸는 것이 있다.
일제히 [속보]라는 타이틀을 붙여 국회의 분위기를, 여의도 직장인들의 한숨 혹은 기대감을 배가시키는 것은
한 여론조사 기관의 대통령(혹은 국정운영) 평가, 정당 지지도다.
오늘, 벚꽃이 한창이던 주말을 보낸 4월 6일 월요일 9시, 인터넷 포털 1면을 삽시간에 장악한 [속보]에 여의도 국회 오른 쪽에는 기대감이, 왼 쪽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데 나는 수치를 보는 순간 기대감도, 긴장감도 아닌 회의감에 휩싸였다.
1%p 하락.
아니, 10퍼센트도 아니고 1퍼센트가, 뭐 어떻게. 떨어졌다고?
오 마이 갓.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지난주 62.2%에서 61.2%로 변했다는 거, 거긴까진 좋다. 62와 61은 엄연히 다른 숫자니까.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 빼기로도 1%p 차이가 나는 건 맞다. 하지만 통계의 문법으로 읽자면 이건 '하락'이 아니라 '변동 없음'이다.
오차범위 안에 숫자가 미세하게 움직인 것. 숫자가 사람이라치면, 자리에 서 있다가 잠깐 멈칫한 것이거나 제자리에서 몸의 무게중심을 살짝 바꿔본 것이다. 즉 이 숫자(인간)는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언론은 그가 전력 질주라도 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다. 달리는 말의 코끝이 누구보다 앞서 있는지만을 쫓으며 중계하는 생중계식 보도. 관객들의 흥분을 자아내기 위해 멈춰 서 있는 말에게조차 '스퍼트를 올렸다'며 채찍질을 해대는 꼴이다.
숫자는 그렇다고 쳐도 이유를 갖다 붙이는 솜씨들은 거의 창작의 영역, 시나리오 작가 수준이다. 고환율 때문! 고유가 때문! 부동산 정책 때문(부동산 정책은 25년 2월부터 나왔는데도...)이란다.
혹시 기자 중에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철회한 응답자들에게 인터뷰한 사람이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철회 이유를 물은 문항이 있었나?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데도 왜 언론들은 고유가, 고환율 때문이라고 '추측'도 아닌 '확신'하면서 속보를 붙여 전송을 누르는 걸까.
만약, 지지율이 1%p 올랐으면 어떤 이유를 붙였으려나 상상해 본다.
마크롱과의 만찬 때문! 부활절 예배 때문! 그것도 아니면 부동산 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하려나?!(올라도 부동산 때문, 내려도 부동산 때문. 부동산 정책은 정치권에서 만능 치트키다)
떨어지지도 않은 수치로 떨어진 이유를 찾아 여론몰이라니. 이건 뭐 대국민 가스라이팅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언론이 여론조사 숫자가 가진 통계적 한계를 무시한 채 여론 몰이에 골몰하면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입는다. 1%p의 변화에 온갖 거창한 정치공학적 해석을 덧대는 행태는 '분석'이 아니라 '짜깁기'에 가깝다.
나는 정부 지지자도 아니고, 정부 지지자일 수도 없는 직업인이다. 그러니 정파적 방어로 오해하지 마시라.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종이신문 대신 포털을 통해 기사를 넘겨본다. 맥락은 사라진 채 자극적인 숫자만 스와이프(swipe)되는 환경에서,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가공된 통계는 여론을 선동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된다. 제발 부탁건대, 여론 몰이는 좀 신중하시라. 선동의 유혹이 달콤할수록, 숫자를 다루는 펜 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차가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