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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un 28. 2020

#19 공무원은 과연 꿀일까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사람에 대한 비판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어제 동사무소 다녀왔는데 공무원들 전부 놀고 있더만, 그러면서 연금은 다 받아가고 참..."


회사 조간 미팅에서 누군가 공무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나는 옆에서 듣다가 그냥 자리를 피했다. 공무원 와이프를 둔 나로서는 그리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 열심히 공부해서 된 공무원 이건만, 그분 얘기만 듣자면 공무원은 세금만 좀먹는 필요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우리 와이프는 사회복지 계열의 공무원이다. 나 역시 와이프가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공무원이라는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크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부분이 좋지 않게 보였다. 하지만 와이프가 공무원이 된 후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선입견이 사라졌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공무원은 꿀'이라는 것이다. 와이프와 주변 공무원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무원 조직 역시 회사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


먼저 회사 생활을 한 번 보자. 회사에서는 일이 계속 몰리는 부서가 있고, 또 부서별로 바쁜 시기가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항상 바쁘진 않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10명 중 1명은 월급루팡이고, 3명 정도는 꽤나 편하게 다니고 있고, 3명은 적당히 바쁘며, 3명 정도는 죽도록 바쁘다. 이렇게 10명 중 9명은 그때그때 바쁘기도 하고 비교적 한가하기도 하다. 그래서 평균 10명 중 4~5명 정도는 비교적 편하게, 4~5명 정도는 꽤나 바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명의 월급루팡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 같기는 하다)


동사무소


이제 동사무소로 가보자. 먼저 크게 보자면 동사무소도 일이 몰리는 동사무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보통 인구 수와 일의 양은 정비례한다. 인구수가 많아질수록 처리해야 할 민원이 많아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다. 인구수가 적은 곳은 비교적 일이 적겠지만, 특이 Case가 많이 몰린 동네라면 또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우리 동네 동사무소를 가보면 민원창구에 5명, 안쪽에 5명 정도가 있다. 민원창구를 보고 있자면 5명 중 3명은 편하게 있고 2명 정도만 민원이 계속 대기 중이다. 안쪽에 있는 5명도 아마 3명 정도는 바빠 보이고 2명 정도는 그리 바쁜 것 같지는 않다. 일복이 많은 우리 와이프는 바쁜 부서에 민원이 넘치는 자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평소 일이 많을지라도 분명 한가한 시기가 있고, 그 시기면 또 다른 부서가 바쁘기 마련이다. 집단 전체적으로 보면 위에서 말한 1:3:3:3 정도의 비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대략 절반 정도는 바쁘고 절반은 비교적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민원인의 시각


이런 동사무소의 모습을 민원인이 봤다면 어떨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공무원에 대해서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이 많기에 부정적인 기사를 보거나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태에서 동사무소를 가면 아마도 편하게 일하고 있는 절반의 인원만 뚜렷하게 눈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무직은 편하다'는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이런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이 보기엔 아마도 '공무원은 전부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들'로 보이기에 충분하지 싶다.  


공무원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공무원만큼 투명한 채용 절차는 없다. 그 절차가 일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에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발 기준과 절차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매우 투명하다. 그 기준과 절차를 순수한 노력과 실력으로 뚫고 선발된 사람들이 요즘 세대의 공무원이다. 그렇게 투명하게 선발된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 선발 인원에 대한 적합성, 혹은 공무원이라는 시스템이 가지는 비효율성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사람들을 그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다. 어떠한 집단이 가지는 시스템 대한 비판과 그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에 대한 비판은 분명 구분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얘기고 모든 회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바탕으로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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