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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ul 19. 2020

#20. 답 정해놓고 대화하기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검토한 서류를 들고 과장님께 간다.


검토한다고 나름 많이 조사했지만... 그건 내 사정이고, 설명을 드리는 중에 과장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직감과 함께 나는 준비했던 말과 의견들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삭제해 나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설명해도 부질없음을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했던 나의 의견을 대충 마무리하고 보고를 끝냈다. 그리고... 역시나... 과장님의 반응은 예상대로이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 있나? / 예전에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 했던 대로 하자 / 그냥 내가 말한 대로 해~ '


답을 정해놓고 대화를 한다는 것


우리는 보통 대화를 할 때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 이건 회사생활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그 답은 보통 자신의 경험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우리 경험을 근거로 상대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것이다. 조언이라고 해주는 말 중에 상대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 아닌 게 있겠냐 마는, 조언을 하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2가지 있는 것 같다.


1. 상대가 그 조언을 정말 필요로 할까??

2. 나의 배경을 상대의 배경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2가지를 놓치는 경우 상호 간의 대화는 단순 에너지 소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필요로 하지도 않는 조언을 길게 하는 것은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고, 배경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 자기 자랑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두 경우 모두 종전에는 반감을 사기 쉽다.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없는 대화는 상호 간의 단절을 낳게 된다. 이는 일상에서도 흔하게 일어나고, 회사에서는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회사생활에서 경험이 차지하는 영역은 상당히 크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의 경우 연차에 따른 경험의 누적은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을 해 보았고, 그 경험에 기반한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사실 효율적일 때가 꽤나 많다.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며, 그에 따른 생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Case 별 자신만의 답을 정해놓게 되고, 또 누군가의 선임이 된다.


선임은 후임을 아끼는 마음으로 답을 가르쳐 주고, 후임은 그게 답이구나 ~ 하며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이 초반에는 참 효과적이긴 하다. 신입은 아무 경험도 없는 유아 상태이기에 오롯이 받아먹는 것만 잘해도 쑥쑥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연차가 쌓여가면서 후임은 선임과의 이런 관계에서 상충된 2가지 기분을 종종 느끼곤 한다. 선임과 함께 한다는 든든함, 그리고 그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소외감이 그것이다. 선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선임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은 필요 없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임이라는 존재의 빛과 그 뒤에 생기는 그늘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특히나 그 선임이 모든 부분에 있어서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답이 있는 '에이스'라면 그 명암이 더욱 도드라지곤 한다.  


답이 정해진 대화에서 발생되는 문제점


회사 생활에서 답이 정해진 대화를 여러 번 지속하다가 보면 보통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1. 굳이 잘할 필요가 없다.


답이 정해져 있는 대화는 보통 흑백논리, 맞다 틀리다, 적과 아군의 형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둘 중 하나는 의견을 접어야 대화가 끝나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숙여야 한다면 십중팔구는 직급이 낮은 사람이 접게 된다. 어차피 선임은 답이 정해져 있고 결정권은 선임에게 있기에 굳이 내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의지력을 가지고 의견을 얘기하다가도 종전에는 수동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디어가 묵살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굳이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된다.


이런 현상은 회사 일상에서도 종종 나타나곤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조금만 개선되어도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것 같은데 그대로 놓아두는 것들이 꽤나 있다. 그래서 왜 이렇게 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것 역시 십중팔구 대답이 같다.


 '그거 원래 그래 / 원래 그렇게 해왔어'가 그 이유다.


'원래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이 가지는 힘은 꽤나 강력하다. 이미 그 체제에 모두가 익숙해져 있기에 내 생각이 좀 더 효율적일지라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구체 화하 해서 모두의 동의를 받아내는 그 수고를 자신이 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체제를 바꾼 후에 생기는 Risk의 부담을 자기가 모두 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런 것을 모두 고려해 봤을 때, 대부분의 문제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보다 해오던 시스템에 자신이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2. 답이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경험이라는 것은 순간적인 판단을 가능케 해주고 꽤나 높은 확률로 문제를 해결해 준다. 하지만 비슷한 현상의 문제도 원인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경험의 맹신은 답 없는 문제의 딜레마를 야기시키곤 한다. 원인이 다르면 해결방안도 달라야 하는데, 그 현상에 대한 답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계속 그 답만을 우기거나 파고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틀렸다고 결론지었던 방안 중에 하나가 답이었던 때가 종종 있다.  


질문 2개를 미리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1. 상대가 그 조언을 정말 필요로 할까??

2. 나의 배경을 상대의 배경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2가지를 고려한다면 말의 시작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것도 못하냐 > 잘 안 되는 거 있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 / 하던 대로 해 >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 이렇게 하려 하는 이유는 ~ 데, 네 생각은 어때??


이런 식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말의 시작만 달라져도 대화의 결이 달라질 수 있는데, 대화의 결을 맞추다 보면 서로에게 하는 말의 격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대화를 이끌어 주는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대화 후 존중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렇게 대화를 함에 있어 상대에 대한 존중만 있다면 문제점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어떻게 비춰주냐에 따라서 그늘은 한없이 길어질 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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