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3년 차, 회사에서 저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고민이 심했고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생활은 나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줄 무언가를 매일 고민했죠.
저는 그 돌파구를 카페 창업을 통해 만들어보려 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카페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책을 보고, 함께할 동료를 모았어요. 동료들과 함께 가게를 차리고, 저는 카페가 정상 운영될 때까지 평일에는 회사, 주말에는 카페 일을 할 계획이었죠. 그리고 카페가 자리 잡으면 퇴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 계획과 함께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습니다. 2020년까지 직장을 다니며 카페를 차릴 계획이었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려 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작가에 선정될 수 있었고, 그렇게 '꿍꿍이 많은 직장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만두기 전에 카페 하나 정돈 괜찮잖아'라는 허세 섞인 제목이 저의 첫 매거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세 좋게 써나가던 매거진은 동료들과의 만남과 갈등에 대한 글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고민 끝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고, 그렇게 카페 창업 꿈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네 꿈이 뭐니?'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질문이지만 저는 저 질문에 한 번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몰랐었죠. 어렸을 때는 그림 잘 그린다는 말에 화가가 될 줄 알았고,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는 연기를 해야 하나 했고, 글 잘 쓴다는 얘기를 몇 번 듣고는 작가가 되어야 하나 싶었어요.
친구들과 선생님들께선 잘한다 칭찬해 주셨지만 이내 알게 되었죠. 그 재능이 뭔가를 이룰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잘한다는 말에 어깨를 으쓱였던 저의 능력은 딱 교내용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특별하다 생각한 것들을 뒤로 두고 평범한 것들을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 평범한 길을 걸어,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면 다를 거야 하고 준비했던 카페 창업 역시 그렇게 끝이 나버렸네요.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과감한 도전을 하던데, 저는 그렇게는 하지 못할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결국 나는 그 정도의 확신은 없는 사람이었고 그 정도의 능력은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내게 있어 꿈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되지 못할 어떤 것이 되어갔습니다.
다시 한번 '네 꿈이 뭐니?'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여느 때와 같이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있었어요.
그러다 불현듯 나의 모습이 다르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출간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고 있었고, 카페 사장님은 아니지만 직접 커피를 내려 먹고 있었어요. 카페 창업을 준비하며 시작한 브런치에는 다른 주제로 계속 글을 쓰고 있었고, 커피 연습을 하려 샀던 기계로는 계속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었던 것이죠. 어떤 것을 이룬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무언가를 해보려 노력했던 모습은 일상이 되어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며 '꿈이라는 게 대체 뭘까??' 다시 생각해 보았어요.
그런 생각을 통해 꿈이라는 것은 어쩌면 '어떤 직업이나 직책이 아닌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꼭 카페 사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먹고, 가끔씩은 다른 음료를 해 보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꿈은 반드시 되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씩 모아가는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죠.
꿍꿍이 많은 직장인
# 꿍꿍이 :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속으로 우물쭈물하는 궁리 (출처 : Daum 어학사전)
낮에는 김대리, 밤에는 퇴사를 꿈꾸며 치열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던 그때, 당시 제게 있어 꿍꿍이라는 것은 꼭 이루어야 하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나서야 '꿍꿍이 많은 직장인'이라는 필명이 제 자신이 되었습니다. 꿍꿍이라는 것은 이제 이루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실천해 가는 일상이 된 것이죠.
자신의 꿈과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과감한 도전은 하지 못했고, 성공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을 인정한 순간 나는 좀더 나 다운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그렇게 '꿍꿍이 많은 직장인'은 나를 가장 나답게 표현해줄 수 있는 필명이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꿈이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