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함께 하기로 했어요
작년 4월, 지금 당장 퇴사하고 다른 길을 가리라는 생각을 주변 지인과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부모님과의 면담 과정에서 '지금 당장'이라는 조건을 빼기로 했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저는 계속해서 꿍꿍이 진행 방안을 고민했죠.
결국 저 같은 범인은 둘 중 하나입니다.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다시 생각해보니 둘 다 없을 수도 있겠네요 ㅎㅎ)
무엇을 하든지 시작하려면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중해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나마 귀엽게 쌓이던 자금도 마이너스로 전환되겠죠. 결국 직장을 다니는 상태로 꿍꿍이 실현을 하려면 동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어요.
다른 고려 사항들은 배제하고 투자와 실무라는 영역으로만 나누어서 생각해 보았을 때, 제게는 '실무'를 맡아서 해줄 동업자가 필요했어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봤을 때 학생 신분이 조건에 가장 잘 맞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후배들과 먼저 만나보았죠.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평소 어느 정도 친분이 있실, 카페 창업을 한 번 정도는 생각을 해봤을 것 같고, 용모 단정한(잘생겼다는 의미가 아님) 후배와 만나보았죠. 모두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 결국 다... 취업이 잘 되더라구요?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없었기에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말할 수는 없었고, 동업을 제안한 후배들도 책임감 없이 '형만 믿고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친구들이 아니었죠.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영화 같은 일은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죠. 그렇게 18년 상반기는 동업자를 찾아 나섰고, 저의 시도는 공채 시즌이 마감되는 시기와 함께 '실패'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죠.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유비, 제갈량, 장비의 만남
그렇게 공채가 마무리되던 18년 6월 말,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에게 연락이 왔어요.
'형님, 카페를 해보고 싶어요'
정기적으로 만났었고, 평소에 서로 생각을 많이 주고받던 사이였기에 긴 얘기 없이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이 친구를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대구 지역에서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이에요. 상당히 똑똑한 친구죠. (자칭)제갈량이 스스로 굴러 들어왔죠.
하지만 워낙에 바쁜 친구라 저와 마찬가지로 실무에 전념하는 건 불가능했어요. 많은 고민 끝에 저는 실무 역할로 처남(와이프 사촌 동생)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평소에 성실한 모습과 행동력이 있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죠. 직접 찾아가 만나서 얘기를 해 보았고, 처남의 대답은
"저 소방공무원 준비하려고 해요" 였어요.
또 이렇게 보내야 하나 싶었죠...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다시 한번 얘기를 했어요.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요지는
"소방공무원이 되고 난 후에는 지금 우리가 하려는 건 하기가 힘들다. 소방 공무원은 이 일 먼저 해보고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인생 전체 관점으로 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제갈량(가명)이라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주겠다."
(마지막 대사는 스스로 글로 쓰기에는 상당히 부끄럽기는 하지만) 저는 진심이었고, 그렇게 장비(가명)는 2주 간의 고민 끝에 함께 하겠다고 제게 연락을 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작년 8월에 처음으로 함께 만났어요.
"그럼 형이 유비해요. 저는 제갈량 할게요. 춘이는 장비하면 되겠네."라는 제갈량의 제안과 함께
"망할지라도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 결의를 다지며, 그렇게 '카페 결의'를 맺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