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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Dec 14. 2021

#34. 우리 공장엔 여성 엔지니어가 없다

"김대리, 신입으로 여자 엔지니어 뽑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생산 Part 팀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좋을 것 같습니다. 여자 엔지니어가 없기도 하고, 역량만 괜찮으면 안 뽑을 이유는 없죠."

"그렇지??..... 괜찮은 지원자가 있는데... 오케이, 알겠다."


고민하는 팀장님 옆에 있는 과장님은 적극 만류했다.

"팀장님, 여자 엔지니어는 절대 안 됩니다. 여자가 여기서 어떻게 일합니까."


생산 Part 팀장님은 고민 고민하시며 면접장으로 가셨고,

옆에 있던 과장님은 나와 함께 휴게실로 갔다.


"김대리야, 근데 넌 진짜 여자 엔지니어가 와도 된다 생각하나."


"안될 이유가 있을까요 과장님."


"야 ㅎㅎ.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라. 여기서 여자가 어떻게 근무하노."

"여자가 주말에 전화 오면 나올 것 같나, 새벽에 전화하면 나오겠나."


"그건 남자/여자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아닐까요 과장님 ㅎ. 나올 사람은 여자라도 나올 거고, 안 나오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남자라도 안 나오겠죠."


"좋다 그럼, 그럼 임신한 여자가 여기서 근무할 수 있겠나."


"임신... 은 확실히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래, 임신한 여자가 높은데 올라가서 화학 냄새 맡으면서 설비 점검할 수 있겠나. 못 한다."


 "육아휴직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야 ㅎㅎ 육아휴직 쓰면 공장은 누가 지키. 결국 그 한 명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다 고생하면서 해야 된다. 그럼 애초에 안 뽑는 게 맞지."


"과장님. 그런데 우리 회사는, 본사는 모르겠습니다만, 공장에서는 육아휴직에 대해서 얘기조차 꺼내본 적 없지 않나요. 여자 엔지니어가 있으면 육아휴직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조율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야 ㅎ. 그럴 것 같으면 너 후임을 여자로 뽑아라. 우리는 절대 안 된다."


참고로, 위의 과장님과는 꽤나 친한 사이다. 누구보다 자기 일에 진심인 분이고, 회사 내에서도 굉장히 인정받는 분이다. 난 과장님이 한 얘기가 틀린 의견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 공장은 여자 엔지니어가 없다.  


과장님 말 대로 여자가 근무하기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현장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은 모두 남자이고, 그중에는 꽤나 거친 사람들도 많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설비를 운전하고 점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임신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별로 전담하고 있는 공정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공백이 주변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과장님의 의견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장님과 얘기할 때는 말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드는 질문이 있었다.


'여자가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 남자가 근무하기엔 정상적인 환경일까?'


임신한 여성이 들어가기엔 꺼림칙한 설비 내부를 남자는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자신의 부재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항상 자리를 지켜야만 할까.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는 없을까??

여자는 공장을 다닌다 할지라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남자는 당연히 육아휴직을 쓰면 안 되는 것일까??


여성 인력이 늘어난다면 이런 점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도 저런 질문을 공개적으로 던져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저 질문들에 답은 정해져 있으리라.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병사가 되기를 원치 않기에, 회사 이익과 반대되는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모두들 그러려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 반 합'


'정'은 어떤 것이 기존부터 유지되어 오던 상태를 말한다. 이 '정'을 부정하며 새로운 상태를 제시하는 것을 '반'이라 한다. 하지만 '반'은 모순을 극복하였다고는 하나, 이 세상 모든 물체들은 모순적 면모를 지닐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상태인 '합'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합 또한 모순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은 다시 '정'이 된다. 이러한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반합 이론이다. (출처 : 위키백과)


항상 '정'답만이 있는 이곳에서, '반'대 의견은 인정하지 않거나 묵살되기 일쑤다. 그래서 개선된 '합'의 점을 찾아가는 행위는 시도조차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점이 바로 보수적인 집단이 오랫동안 정체될 수 밖에는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여자가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 남자가 근무하기엔 정상적인 환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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