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문철 Jul 13. 2020

그 날의 기억은 공유된다

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책을 왜 이제서야 봤을 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 물론 그정도로 유명하기에 꽤나 늦게 본 것도 있지만 사실은 5.18에 관한 내용이 매우 의식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역사를 배우는 학생에게 5.18은 사진과 글로 보여진다. 그런데 문제는 수전 손택의 주장처럼 "타인의 고통"은 표면적이다. 특히나 사진과 글을 통해서 객관적 사실로 배울 때 고통에 대한 무감각은 더욱 극심해진다. 그 말은 결국 5.18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자들에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확실히 그런 점에서 '감각적'이다. 절실하다 말할 수 있고, 그 내용과 묘사가 매우 자세하다는 점에서 읽기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운동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역사적으로만 배운 그 흐름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문학의 진정한 장점이 드러난다. 


역사적 사실을 말하는 것에 있어서 문학의 장점은 그 흐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보다는 드라마를 보는게 더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사실에 기반한 소설이지만 그 내용 자체는 허구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내용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등장인물, 그리고 그들이 겪는 고통은 분명 문학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지만 그 속에서는 '5.18의 고난'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고난은 언제나 기억되는 고난이다. 그들이 겪는 고통을 우리는 결코 경험할 수 없다. 그러나 고통이 의식화 되고 '괴로움'으로 남게 된다면 그것은 '고난'이라는 단어 안에 종속된다. 


우리는 그런 고난에 동참함으로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5.18에는 순수한 피해자란 존재할 수 없다. 순수한 공동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역사적인 일은 더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역사는 기억되고 연관을 맺게한다. 


이 책은 그런 지점에서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동참하게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괴로움'을 가능하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칸트ㅋㅋ디졌다...딱 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