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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Jul 21. 2020

그것은 사랑, 아니 불멸이였다.

밀란쿤데라, "불멸"

밀란쿤데라, 불멸 


밀란쿤데라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는 "이 사람은 진짜다"라는 것이다. 특히 이 "불멸"이라는 책은 그 내용부터 참 걸작의 냄새가 난다. 불멸은 사랑을 추구한 등장인물이 사실 자신은 사랑이 아니라 불멸을 추구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것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기는 한다. 항상 예술에 있어서 외설의 문제는 항상 고민이 되었다. 외설이 어느정도 등장해야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예술에 외설이 없어서는 안되는가 하는 부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도 성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보부야르의 말 그대로 성적인 표현을 가미할 수록 그에게서 여성을 객체화 하여 신체로만 보는 의식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을 외설이 아닌 예술적인 작품으로 부르는 이유는 외설을 표현하는 이유와 그 안에 있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인 면에서, 이러한 내용의 클리셰는 더이상 보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쿤데라가 괴테의 사랑이야기를 차용해서 인물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괴테와 베티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소설을 썻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러니 등장인물이 보이는 나이차이도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노라면 아예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순두 살의 괴테는 지적이며 야심찬 스물 여섯살의 베티나를 보고 가슴에 둔다. 그리고 베티나는 괴테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면서 자신의 존재를 괴테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그런데 베티나가 보이는 관심은 사실 사랑이기보다는 오히려 불멸에 대한 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괴테에게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향한다. 죽음이 어떤 이유로 불멸을 향하는가? 여기서 쿤데라 특유의 철학적 사고가 나타난다. 죽음으로 인해 그 개체는 소멸되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추억되는 관념은 불멸하다. 즉, 기억하는 존재가 있는 한에서 실제로 그것은 죽은 게 아니라 살아있다. 불멸하는 존재다. 


불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인 듯 아닌 듯 한 그런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쿤데라가 다른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는 다른 형태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열정이다. 


이전에 쿤데라는 동행하며 함께 한다는 점에서 사랑을 이야기 해왔다. 우스운 사랑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사랑은 덧 없기에 가볍고, 또한 함께 하기에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열정적이고 쉽게 빠져드는 감정적인 것에 치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불멸을 향한 구애, 몸 짓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쿤데라의 책을 여러권 읽어가다 보면 각 책에서 보여주는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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