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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Mar 12. 2022

상처받을 준비에 대해서

윤이형, 붕대감기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해. 




01. 상처를 내는게 아니라, 감싸주려고 

붕대감기라는 책은 쓰였을 당시 많은 사회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오늘날 까지도 문제로 자리잡고 있는 젠더문제 혹은 성별갈등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짧은 내용 안에 많은 것을 충분히 담았다는 것이다. 

하고싶은 말은 많고 분량은 제한되어 있을 때, 내용이나 개연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읽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수려했다. 


내용은 페미니즘 담론을 담고 있다고 표지에도 대놓고 말하곤 있긴 하지만, 그것을 잘 녹여낸 느낌이다. 

페미니즘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다양하고 각자의 체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담론 역시 다양하다. 


다양하다는 말은 자유롭다는 말도 되지만 굉장히 주관적이거나 상대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하나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속에서 무엇이 옳은 지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런 지점에서 페미니즘은 항상 모순이라는 지점을 겪어왔다.

여성은 평등하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는 약하니 배려해달라고 말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평등하다고 말하니 그것이 너무나도 모순적이기에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말하신 분은 결국 같은 노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또는 돈 되는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같은 돈을 가져가고 싶어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겠지.


아무튼 페미니즘이 항상 모순에 처해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기울여진 운동장에 대한 것과 동시에 여성과 남성은 또한 평등하다는 두 가지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붕대감기는 여성에게 주어진 차별적인 시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성 세대간의 차이를 그려낸 작품이다. 세대간의 차이를 강조할 수도 있고, 여성차별이라는 주제를 강조할 수도 있다. 그 두가지를 잘 살려서 세대간의 차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점들 그러면서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발생한다. 


결국 페미니즘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소통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서로를 반대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를 상처주지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거절 당한다는 기분은 상처로 와닿겠지만 말이다. 


말 그대로, 다양함의 증거는 결국 갈등이다. 

페미니즘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결국 하나된 담론 안에 보이지 않은 자들의 목소리가 숙청된다는 말이니, 오히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갈등이 있어야 함은 좋은 기우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짜, 가짜 담론을 나눌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위배되는 행동은 있어선 안되겠지만 기존의 담론을 거부하고 해방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누군가 하는 페미니즘은 가짜고, 누가 하는 것이 진짜인지는 사실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소통하면서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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