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문철 Jun 11. 2023

진실을 둘러싼 싸움, 그러나 신은 없는...

김은국, 순교자

배경이 한국역사이니 더 와닿는 말들이 많다


1. Der Kampf  für die Wahrheit, aber ohne Gott

- 진실을 둘러싼 싸움 그러나 신은 없는...-


김은국의 순교자라는 작품은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세계문학반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면서 그와 동시에 작품성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계문학이 서구문학이라는 것을 깔고 갈 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분명 내용상이나 또는 구조적으로 서구적인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에서 드러나는 서구적 형태는 기독교라는 상징과 더불어서 신과 고통에 관한 의미다.


사실 고통은 꼭 서구만의 산물은 아니다. 고통을 다루는 것은 모든 종교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동, 서양을 구분할 것 없이 고통에 대한 이해는 연구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이 가지고 있는 서구적 형태는 고통을 역시 신의 존재유무와 묶었다는 사실이다.


소설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한다면 고통과 신의 존재유무에 관한 질문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흔히 말하는 신정론이라는 주제는 사실상 고전적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 클리셰로 떡칠한 작품을 보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6.25는 뼈에 사무치는 역사고 그런 점에서 그 안에 있던 정치적 갈등과 여러가지 형태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기독교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으므로 신에 대한 질문과 고통에 대한 의미로 신의 존재유무를 묻는 것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소설의 배경에 신의 존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게 비중이 높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고통에 관해 의미와 질문을 가지고 그것의 답변을 신을 통해 불러온다면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신은 어떤 방법이고 구조일 뿐 전혀 종교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떤 느낌이냐면 라캉이 인용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들이 떠오른다.

라캉은 정신분석적으로 편지에 관한 각 인물들의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같은 편지를 가지고 각 인물들이 여기는 편지의 의미는 굉장히 상이하다. 그런 느낌으로 순교자 속 '진실'은 각 인물들이 보고자 하는 관점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만약에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면 진리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신, 그리고 인간의 사유보다 큰 신이라고 한다면 논리적 사유로 인한 결과 역시 신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리는 해석에 가깝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 신의 역할은 없다고 보는게 좋다. 신의 존재유무에 대한 질문도 몇 인물에 의해서만 제안되는 것이지 그 내용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 아니다.


어떤 인물에게는 신의 존재유무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아예 논외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진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이며 누가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관점은 본인 스스로가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 스스로 세우는 관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는 그런 점에서 개인의 기준이 형성되는 것이 구조주의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본다. 그니까 어쩌면 오늘날 사람들이 탈종교적, 무종교적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본인들의 스스로가 가지는 합리적인 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 영향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소설은 정말로 읽어볼 만 하다는 점이다. 물론 신학적인 입장에서 고통과 신의 딜레마는 굉장히 할 말이 많지만 사실 이 소설은 그걸 유도하지는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소설의 정체성이 인간들의 이야기라면 다른 상징을 사용하는게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과서에 나올 전형적인 시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