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고래
- 소설 속에 있는 전통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책은 마음에 들었다 -
유명한 소설인 천명관의 '고래'를 기회가 되어서 읽어보았다.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것처럼 문학동네소설 우승작이라고 하더라. 확실히 1등은 그 이유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로 우승을 한 필연적인 내면적 이유는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소설의 흡입력과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흐름과 그럼에도 놓치지 않는 개연성은 이 책이 충분히 우승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는데 1부와 2부는 금복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3부는 춘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금복과 춘희는 모녀관계인데, 사실상 고전적인 가정의 이미지는 아니고 오히려 삶의 애환이 담은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이 둘이 경험하는 인생의 희노애락은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통해서 형성한 가치관이 얼마나 주관인지를 보여준다.
책이 참신하다는 부분은 구성과 작가의 발화방식이다.
중간중간마다 작가는 지루하지 않도록 삶의 형식을 설명하면서 그것은 운명처럼 이어지는 어떤 법칙이라고 소개한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인물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도 하고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시키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참신한 부분은 전통적이면서도, 남성중심적이면서도, 성차별적이면서도, 전근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실제로 그것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클리셰적이다. 요즘 문학이면 앞서 말한 것들에 대해서 비판적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겨냥의 방향으로 쓰거나 아니면 더욱 과장해서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현대문학의 결을 따르지는 않는다. 2004년 정도의 문학상이라고 하니까 16년도 17년도 이후 변화된 한국문학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요즘 문학의 비판이 되는 배경을 클리셰로 상식적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요즘 현대문학에서 성결정적인 모습들은 불편하거나, 재미가 없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비추어지는 반면에 이번 책은 앞서 말한 성결정적인 모습이 있어도 재미의 부분에 있어서는 가히 그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젠더와 결정적인 성문화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보기에는 내용의 구성면에서도 좋지만 결국 나오는 성의 문제에서 불편함을 감출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흡입력과 구성면이 탁월하여 문제가 희석되는 느낌을 받는다 .
아니면 예전 영화를 볼 때 나오는 베드신의 입장에서 단순히 소설의 역할로 보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소설은 먹먹함과 감동과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철학적인 접근까지 잡은 문학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