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유품정리사
편하게 읽기엔 좋다
-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것은 좋지만, 결국 클리셰는 바꾸진 못했기에 생기는 문제 -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된 책이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고, 가독성이 좋다는 말에 읽게 되었는데 확실히 추천하신 분의 말이 맞았다.
근데 문제는 정말 딱 해당되는 이야기만 하셨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유품정리사'를 직업으로 하는 주인공이 부모의 죽음 속에 숨겨진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파헤쳐나가는 내용이다. 배경은 당연하게도 조선이고 약간의 추리물 같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숨가쁘게 지켜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설을 빠르게 읽을 순 있다. 그것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편하게 글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소설의 가장 좋은 특징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배경이 조선인 이유는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를 직접적으로 그리기 위해서인 듯하다. 따라서 조선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은 남성에게 있다. 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진실을 파악할 자격이 없는 주인공은 이에 반항하여 자신의 나름의 방법으로 사실을 찾아간다.
아무튼 이런 내용인데 의도와 시도는 좋으나 약간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다.
남성의 이야기에서 여성의 이야기로 전복시킨 시도는 매우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클리셰는 아무런 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클리셰의 쉬운 예시는 이렇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먼저 나대는 역할은 반드시 죽는다는 점이라던가, 미션임파서블처럼 스파이가 나오는 영화의 경비는 있으나 마나 한 아주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의 클리셰는 결국 모든 추리소설이 비슷하겠지만, 주인공과 그 협력자를 제외하고 나오는 엑스트라는 무척이나 수동이고 답답한 행동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그야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인은 통찰력이 없어서 같은 것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지만 주인공은 극적인 상황 속에서 통찰력을 통해 진실을 추리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엑스트라는 굉장히 답답하다.
따라서 느끼는 바는 성별의 전복은 굉장히 신선했으나, 클리셰는 그대로 두고가는 것이라 중요위치만 남자에서 여자로 바꼈을 뿐 다른 변화의 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