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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Apr 11. 2019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폴 핼펀

한줄요약 :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앜 고양이 넘  기여워...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책 목차
1장 : 완벽한 시계와 같은 우주
2장 : 중력의 도가니
3장 : 물질파와 양자 도약
4장 : 통일 이론을 찾아서
5장 : 유령 같은 연결과 좀비 고양이
6장 : 프린스턴과 더블린에서
7장 : 물리학의 홍보전
8장 :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말년  


1. 책 구성면에 있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책은 어쩐지 돈을 많이 투자한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점은 많았고 나쁘다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다소 아쉬웠던 점은 있다. 칭찬과 보완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점에서는 이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책들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1.1. 우선은 칭찬부터

1.1.1. 큰 활자

내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뭔가 다른 책에 비해서 활자가 조금 큰 듯한 느낌을 준다. 출판사에서 이걸 노린 건지 아니면 다른 책 보다 가로의 길이가 더 줄어서 그런지 활자에 대한 인식이 크다고 느껴진다.


좋은 점은 오히려 활자가 작지 않고 크다 보니까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다. 도킨스를 비롯한 여러 과학책을 보면 이론을 설명함에 있어서 눈이 아플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지기를 마련이다. 하지만 뭔가 글을 읽기 좋게 해 놓은 점에서 가독성을 확보했다는 건 칭찬할 만한다.


1.1.2. 간결하고 쉬운 문체

번역서에도 불구하고 어중간한 번역체가 없다는 게 마음에 든다. 누가 보면 한국사람이 저술한 거라고 착각할 정도니까 말이다. 매끄러운 문체로 일관성이 있게 번역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가독성을 높여주는데 한몫했다고 본다.


여러 번역서를 보게 되면 누구나 느끼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사실 나도 번역서를 많이 보면서 번역체가 글에 많이 묻어 나오는데 그게 쓸 때는 아무런 제한 사항이 없지만 반대로 읽을 때에는 와 엄청 읽기 싫어지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번역자가 국어국문을 한 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너무나 매끄럽게 번역을 해서 아주 좋았다.


1.1.3. 중간에 들어가 있는 삽화와 사진

역시 교육은 시청각이라고 했던가, 중간에 설명을 하면서 간단한 사진을 넣어주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냥 어떤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했다고 서술하는 것보다 사진을 하나 보여주는데 더 의미가 있는 것처럼 귀여운 그림이나 사진을 넣어주는 게 독자를 향한 좋은 배려라고 느껴졌다.


1.2. 아쉬운 점

1.2.1.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위인전 느낌

사실 과학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건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정도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은 과학 입문서라고 하기 싫을 정도로 정보 축약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누구나 처음 접할 때 "와 이게 모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과학책도 당연히 여길 수 있는 생각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이론 차이"를 설명할 거라는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인식에 부합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교만해서는 안 되는 게 필요한 이론에 대해서는 반드시 언급하고 어느 정도 이해시키고 넘어간다.


하지만 주로 서술되는 부분은 '과학자의 생애와 인간관계' 다. 따라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를 중심으로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과 역사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이론을 쉽게 입문시켜주는 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위인전이라고 하는 게 맞는 듯하다. 그것도 짬뽕 위인전


1.2.2. 사실상 제목은 거의 그냥 해놓은 수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제목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책의 내용과 상관이 없다. 아니 어쩌면 있다. 아인슈타인에게서 유명한 말에는 '주사위'가 언급되고, 슈뢰딩거의 기가 막힌 비유에는 '고양이'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물론 제목이 재치 있어야 하고 강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제목에 한 책 전반적인 내용이 축약되어서 큰 주제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책 제목은 음 그냥 둔 수준이었다. 많이 양보해서 생각한다면 분명 연관성은 있다.


오히려 제목보다 옆에 놓여있는 세로로 쓰인 하얀 글자가 더 주제에 적합하다. "상대성이론과 파동 방정식 그 후 통일 이론을 위한 두 거장의 평생에 걸친 지적 투쟁" 이게 더 맞다. 하지만 이걸 제목으로 하면 안 팔릴 거라는 생각은 나에게도 있으니까 넘어가겠다.


2.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주요 내용

과학이론을 소개하기보다는 각 거장의 생애와 그들을 중심으로 한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을 중점을 보고자 한다면 다른 책이 더 합당할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마냥 천재라고만 알고 있던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2.1. 아인슈타인의 노력과 트라우마로 느껴지는 언론에 대한 회의감

2.1.1.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을 내고 나서 그 이후

이 책에서는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논증을 한다거나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상대성 이론 이후의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적 입지를 탐구하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 빛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라고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상대성의 원리를 전제로 '중력과 가속도의 영향'을 대입한 것이다.


그 이후 아인슈타인의 초점은 '통일 이론'에 있게 된다. 물론 상대성 이론을 연구할 때부터 통일 이론을 꿈꾼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천재들은 하나같이 통합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전자기력과 중력이 서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통합을 꿈꾸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전자기력은 양쪽 힘 모두 물체의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약해지는 등 서로 독립적인 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중에서 - p.224


그는 통일장 이론을 구상할 때마다 일단 제일 먼저 생각한 목표는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을 재현해서 그 방정식을 일반상대성이론에 통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잠기기도 하지만 이내 실패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원거리 평행은 입자의 고전적 행동이나 양자적 행동을 재현하는 데 전반적으로 실패한다.
-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중에서 - p.227


물론 그의 생애 마지막까지 그 꿈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과학계에 미친 그의 영향은 엄청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2.1.2. 진짜 기자들은 절레절레...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평소에 이론의 위대함으로만 평가받는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아인슈타인의 이런 모습은 처음 봤는데, 언론에 대해서 굉장히 트라우마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계에서 발견하는 것들은 사실상 언론과 맞닿아 있다. 당연히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 이후에 너무나도 큰 유명인이 되자 그가 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속보가 되고 이슈가 된다.


이슈가 되는 것은 결국 안티팬도 형성하길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인슈타인도 일반 대중들이 물고 뜯는 이슈거리에 대해서 무지몽매하다고 평가할 정도기 때문이다. 개돼지가 또..


2.2.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과 인성(?)

2.2.1. 파동 방정식은 정말로...

양자역학을 교양으로 공부할 때 힘든 점은 '행렬역학''파동역학'이다. 물론 이 둘은 같은 값을 내기 때문에 통합되었다. 하지만 이 방정식이 어떤 상황에서 태동되었나를 따져보게 된다면 슈뢰딩거도 과학계에서 천재로 여겨지는 이유를 알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불확정성 원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입증한다. 불확정성 원리란 어떤 쌍의 물리량은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원리다. 


물리학자가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밝히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면 그 전자의 운동량의 값은 무한한 범위에 걸쳐 번져버린다. 즉, 운동량을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 폴 핼펀,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중에서 - p.180


그에 비해서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입자들이 파동의 성질을 가지다는 것을 통해서 운동을 기술한다. 이 방정식은 파동의 시간 변화는 물론,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등을 구하게 해 준다.


파동은 어느 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여러 곳에 패턴으로 존재하며 시간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뀐다. 따라서 파동 방정식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기술해야 한다.
-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중에서 - p.93


슈뢰딩거가 내놓은 방정식은 그야말로 물리학자에게 구원을 가져다준다. 그야 파동은 물리학에 있어서 굉장히 익숙한 개념이지만 행렬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새로 배워야 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학생 시절에 체험했다면 물리학자들이 행렬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2.2.2. 솔직히 그의 인성은 그다지.. 아니 어쩌면 뜨끔하니까

슈뢰딩거가 보이는 어떤 정치적 행위들은 굉장히 회색분자처럼 보인다. 약간 중립기어를 잘 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좋게 말하자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이끌어 낸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뭐 박쥐다.


어쩔 때는 아인슈타인에게 기대면서도 어쩔 때는 거의 손절한 사람 취급을 한다. 나치라는 정권이 들어오게 되면서 저항을 하기도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수직을 해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 합리화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인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신뢰하기 힘든 인간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이론으로만 평가받았던 그의 모습 속에서 인격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이다.


3.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3.1. 한번 정도는 봐도 좋을 책

과학책은 워낙 어렵기에 마음먹지 않고서는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거부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책이라 본다. 물론 이론적인 부분에서 크게 할애하지 않고 역사적인 맥락과 사건을 중심을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어떤 이론을 내세운 과학자로서만 알아 온 인물들에 대해서 새롭게 볼 수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알아가는 점에서 좋다. 마찬가지로 어렵게 기술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을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읽힐 책이다.


아마 저자가 봤을 때도 이 책으로 과학 지식을 주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거 같다. 뭐, 워낙 어려운 이론이기 하니까 책 한 권으로 통달한다면 당장 국가적 차원에서 키워야 할 인재일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한건 잘한 일이다.


3.2.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별로 아쉬운 점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 꼽고자 한다면, 보고 나서 "지금까지 내가 뭘 본거지?"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는 거다.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라 했던가,  사람 중심으로 책을 저술하고 어려운 이론 같은 걸 간단한 설명으로 넘어가게 되니까 생기는 문제다.


결국 뭘 봤는지를 판단할 때 남아있는 건 굉장히 애매한 이론에 대한 생각과 애매한 과학자에 대한 생애다. 물론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도 차이가 심하겠지만 그냥 편하게 읽는 다고 전제했을 때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그야말로 양자역학에 잘 어울리는 상태가 되는 거 같다.




평점 : ★★★ (책이 꽤나 두껍다... 이걸 말 안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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