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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Apr 14. 2019

"철학학교/비극론/철학입문/위대한철학자들", 칼야스퍼스

한줄요약 : 묶어서 파는 건 다 이유가 있나 보다 

동서문화사는 값이 싸다. 그리고 싼 이유가 있다 

칼 야스퍼스, 철학학교/비극론/철학입문/위대한 철학자들

책 목차

1장 철학학교 : 우주와 생명 / 역사와 현대 / 근본 지식 / 인간 / 정치적 토론 / 정치에서의 인간 생성 / 인식과 가치판단 / 심리학과 사회학 /공개성 / 암호 / 사랑 / 죽음 / 세계의 철학 

2장 비극론 : 비극적 지식/ 문학에서의 비극적 대상 / 비극적인 것의 주관성 / 비극적인 것의 원리적 해석 

3장 철학입문 : 철학이란 무엇인가 / 철학의 근원 / 포월자 / 신의 사상/ 무제약적인 요청 / 인간/ 세계 / 신앙과 계몽 / 인류의 역사 / 철학하는 인간의 독립성 / 철학적 생활태도 / 철학의 역사 

4장 위대한 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 석가모니 / 공자 / 예수 / 4대 성인의 비교 



1. 어쩌다 이런 책을 보게 되었나.

야스퍼스를 처음 접한 건 아무래도 '철학적 신앙'이 크다. 물론 철학 개론서를 읽다가 종교적 실존주의라는 파트에 한 페이지 정도 소개했던 것을 봤다. 실존주의라는 개념이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줄 시기에 야스퍼스도 그런 것을 활용하여 종교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거기다 2차 사적으로 "칼 야스퍼스 읽기"라는 책을 접했었다. 그 책은 확실히 2차 서적답게 야스퍼스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그 이후의 호기심은 1차 서적을 보는 것으로 흘러간 듯하다. 


동서문화사의 세계 사상 전집은 자주 애용하고 있는 시리즈다. 물론 유명한 고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라 하지만 일단 값도 싸고 잘 출판하지 않는 책을 출판한다는 게 제일 좋은 이점이라고 생각했다. 야스퍼스의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이렇게 시리즈물로 한꺼번에 엮어서 내놓은 책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2. "철학학교/비극론/철학입문/위대한 철학자들"의 주요 내용

2.1. 철학학교 

야스퍼스의 철학학교는 주로 '철학함'의 학교에 대해서 말한다. 물론 문자적인 의미에서 학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철학적으로 어떻게 사유하는지에 대해서 길 안내를 해준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나 정치적 의미에서 사회 현상을 기술한다. 


정치철학적으로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관을 언급해야 하고, 그 뒤에 사회를 설명하는 지식과, 정치적 의미를 저술하고 있다. 


철학적 사유의 학교는 오히려, 우리들 속에 있고 우리를 넘어선 근거를 한층 더 분명하게 해 주는 사유를 보며 드리려 합니다. 의미와 인도는 바로 이 근거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 칼 야스퍼스, "철학학교" 중에서 - p.14


따라서 처음에 설명하는 것은 우주와 세계관이다.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전개하지만 그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은 '자기 붕괴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기의식은 불쾌할 정도로 뚜렷하게 인류의 몰락을 예언하고 있다는 의식을 의미한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오게 되면서 '현존재'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현존재는 단순히 인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점점 더 신속한 상품 교환을 낳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 속으로 현존재가 변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 칼 야스퍼스, "철학학교" 중에서 - p.33


따라서 현상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지나칠 수 없게 된다. 끊임없이 소비하고 생산해야 하는 현존재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 자체에 대해서 만족할 수 없으며 더욱 고양된 인간상을 추구하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현존재에 머물 수밖에 없으면서도 자기를 초월하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 상황에 마주친다면 결국 인간은 만족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한계상황을 넘어갈 수 없는 현존재는 자신을 초월하려 다른 방향으로 넘어가고자 하는데, 그 차원은 세계를 초월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가 시간 속에 머무른다는 점을 들어 세계를 향한 초월성은 시간을 넘어선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야스퍼스는 그것을 '고요'라고 부르는데, 그 지점에서 초월자와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이후에 야스퍼스는 사회학을 비롯한 심리학을 통해서 사회 현상을 기술한다. 그것은 인간이 정치적 동물로서 어떤 점에서 정치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 어떤 담론을 공개적으로 하게 되는지 철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다. 


2.2. 비극론

야스퍼스의 비극론은 누구나 읽기 쉬운 난이도로 저술되어 있다. 문학적인 배경에서 인간 현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아주 참신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비극을 다루는 작품에서 인간 현존재가 그것을 어느 방식으로 극복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근원적 직관에 의해 종교와 예술과 문학이 통일된 가운데 나타나는 것이 우리 의식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 칼 야스퍼스, "비극론" 중에서 - p.170


문학에서 볼 수 있는 비극적인 분위기는 현존재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현존재가 가지고 있는 사상적 맥락은 비관주의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예를 들어 야스퍼스는 비극적 문학의 주인공은 걸을 때마다 생물을 미세하게 죽이고 있다는 한다. 


특히나 '햄릿'을 예를 들면서 주인공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걸음 하나하나가 무언가를 죽이게 되는 결말을 맺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햄릿은 인간의 한계에 직면하여 전율하는 지식에 비극성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존재가 자신의 한계상황을 경험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현상은 비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나 그것은 부정적 감정을 의미하는 비극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진리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비극이 된다. 


진리를 추구하는 의지로 인하여 현존재가 좌절하고, 그 의지가 가진, '나머지는 침묵뿐'이라는 무지의 경지에서 드러나는 본연의 존재에 대한 지식이 있을 뿐이다.
- 칼 야스퍼스, "비극론" 중에서 - p.204


현존재는 언제나 비극적인 것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져있다. 그런 점에서 비극적인 것은 언제나 현상에서는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연역의 결과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비극적인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초월자나 존재의 근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현상 속에 있는 것이다. 


2.3. 철학입문

야스퍼스의 철학입문은 철학학교와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철학학교는 철학을 통한 정치적 현실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소개한다면, 철학입문은 말 그대로 철학적 사유를 입문하는 것을 주제로 잡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야스퍼스에게 있어서 '철학'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시대처럼 철학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전제하고 있다. 물론 요즘도 철학이라고 하면 취업도 안되고 전혀 쓸 곳이 없는 학문이라 불린다. 아무튼 야스퍼스가 철학에 대해서 빈곤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학에 비해서 철학은 보편타당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은 그 자신의 영역에서 이론의 여지없이 확실하게 보편적으로 승인되는 인식을 획득해 왔다. 한편 철학은 수천 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식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 칼 야스퍼스, "철학입문" 중에서 - p.229


아무래도 과학과 달리 철학에는 진보의 과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절보다 지금이 더욱 문명이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지만 철학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플라톤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철학은 "어떻게 사유하는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무엇을 사유하는가와 어떻게 사유하는 가에 대한 물음은 철학의 본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에서 얻어지는 확신은 과학적 확신, 즉 온갖 사람들의 오성에 있어서 똑같은 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오성은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당하는 객체를 구분하게 된다. 모든 대상성을 파악할 때 주체와 객체의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든다면 전체로서의 존재가 주관일 수도 객관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객 분열의 상황에서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은 '포괄자'에 의해서다. 


존재 자체는 대상일 수 없다. 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포괄자로부터 나에게 나타나며, 주체로서의 나도 이 포괄자로부터 나타난다.
- 칼 야스퍼스, "철학입문" 중에서 - p.246


주객의 분열을 경험하는 인간 존재는 그 자체로 포괄자에 대해서 온전히 인식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한계상황에서 나타난 포괄자에 대해서 분절화하게 된다. 분절화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로고스, 의식 일반, 정신, 실존이라 불린다. 


철학적 근본 조작을 통해 포괄자를 깨달은 이상, 처음에 열거한 형이상학, 즉 잘못해서 자신을 존재 인식이라고 굳게 믿는 철학은 아무리 거대하고 본질적인 존재자라 해도 세계 내 존재자를 존재 그 자체로 생각하려는 순간 붕괴되기 시작한다.
- 칼 야스퍼스, "철학입문" 중에서 - p.250


포괄자를 통해 주객 분열의 극복은 철학적 신앙을 불러온다. 물론 야스퍼스는 이 책에서 철학적 신앙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초월자에 대한 무제약적인 요청으로서, 또한 하나의 사랑을 하는 방법론으로서 가능하게 된다고 말한다. 


2.4. 위대한 철학자들 

세계 4대 성인은 예수,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로 통한다. 이 성인은 야스퍼스에게 있어서 철학적 사유를 한 위대한 철학자로 불린다. 철학자들이 겪어온 삶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겪어온 한계상황에서 어떤 사유를 했는 지를 하나씩 분석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석가모니 네 사람 모두 같은 방법론적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삶과 사상을 모두 알 수 있는 경전이 그들이 죽음은 다음에야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네 사람은 그들의 태도, 행위, 존재의 경험, 명령을 통해 어떤 규범을 세웠다. 


또한 그들의 관심은 사물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내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세상을 무작정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을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3. 전반적으로 보면서 느낀 점 

3.1. 그냥 차라로 따로 보세요 

이 책의 안타까운 점은 그냥 독립적으로 볼 수 있는 책을 하나로 묶어놓았다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여러 개 묶여있어서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니다. 그게 더 단점이 된다. 각 독립적인 책을 억지로 묶어 놓다 보니까 내용상으로 겹치는 부분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상의 문제다. '포괄자'라는 번역을 예전에는 '포월자'로 했었다. 그런 점에서 철학학교에서는 포괄자로 하는 반면, 철학입문에서는 포월자로 나온다. 와 어쩜 통일성이 없지...


학교에서도 발표과제를 취합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단어를 하나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그런 사람이 없나 보다. 아니면 뭘까 일을 할 생각이 없는 건가


차라리 한 권씩 따로 되어 있는 걸 보는 거를 추천할 것 같다. 물론 이 책들이 대부분 절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책이 있는 거도 감사해야 할 정도겠지만 말이다. 


3.2. 자본주의에서 비싼 건 이유가 없지만 싼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이유 없이 비싼 건 없지만, 이유 없이 싼 건 없다" 나도 이 책을 싸다는 점에서 사게 되었지만 확실히 돈을 더 주고 다른 책을 사는 게 더 좋을 듯하다. 


특히 동서문화사의 사상전집 시리즈는 값이 매우 싸다. 한 권의 만원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만원의 행복인가


하지만 돈을 조금 더 들여서 다른 좋은 책을 사는 게 좋을 듯하다. 아니면 이 책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를 여러 번 보았을 때를 근거로 생각한다면 역시 다른 책이 좋을 듯하다.




평점 : ★★★ (철학적 신앙,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을 계속해서 보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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