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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서 올리는 공모전 낙선집 2탄

만남에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게

by 신문철

만남에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게


애인과 함께 한강을 자주 간다. 특히나 한강 다리를 건너는 것을 좋아 하는데, 다리 난간에는 언제나 매직으로 칠한 낙서가 있다. 무슨 낙서가 있나 찾아보면서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특별히 남은 글귀가 있다. 그것은 모든 커플을 향한 저주와도 같은 부러움이 담긴 글이었다.


“너희 커플이 얼마나 갈 것 갔냐? 결국 모든 만남의 끝은 헤어짐이야.”


누군가 말하듯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다. 그래서 연애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그만큼 헤어짐도 두렵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말을 한다. 왜냐하면 정을 주고받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일이지만 헤어지게 된다면 그만큼 공허함이 크게 나타나고 자신이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한강다리에 쓰여 있던 낙서는 단순히 커플이 부러워서 한 익살스러운 장난일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기 두려워 한다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 이유는 마음이, 감정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랑을 넘어서 인간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사회적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에 만나기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누군가와 신뢰를 쌓기도 전에 그리고 만남을 기대하기도 전에 벽을 쌓는 아이러니함을 보이게 된다. 문제는 ‘언젠가 끝날 관계’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끝날 관계라고 여기게 된다면 인간관계에서 내가 최선을 다 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이 나에게 어떻게 하는 지를 보고나서 판단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가 서로를 향한 관계에 큰 벽을 세우게 된다.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흐름에 따라 한 시간, 한 달, 일 년으로 구분한다. 이런 시간을 ‘물리적 시간’이라 말한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현재의 일이 미래에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것이다.


미래에 헤어지게 된다면 그 감정적인 격동을 감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현재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물리적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시간’이 존재한다. 만남에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물리적으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라는 수평적인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것이다. 이때 수직적인 시간은 ‘현재’를 중시한다. 그래서 마음의 시간에 있어서 과거는 기억이며, 현재는 현재이며, 미래는 기대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인하여 누군가를 만난다는 사실에 이별을 걱정한다. 그러나 누군가 만난다는 사실을 마음의 시간으로 본다면 미래는 기대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만남에 있어서 이별을 걱정하기 보다는 더욱 기대를 해야 한다. 기대를 하는 것은 사람과 만나고 있는 지금의 ‘현재’를 미래에도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다. 헤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를 물리적 시간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시간에서는 현재에 관계를 하고 있는 나를 미래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나와 동일시 여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년기를 맞이한 부부가 서로에게 “먼 훗날 만나요”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며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시간으로 인간관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이며, ‘신뢰’다. 신뢰하기 때문에 ‘다음’을 기대한다. 믿기 때문에 다음에 만날 날을 ‘기대’한다. 미래에도 여전히 함께 할 것이라는 기대는 서로의 마음을 신뢰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처럼 누군가를 믿고 싶어도 사람 속을 모르니까 믿을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상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는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상대방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한다는 것은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다. 상대방을 믿는 나를 보면서 상대방도 나를 믿을 것이라 신뢰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마음의 시간은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을 바탕으로 현재를 기대하게 한다. 기대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인간관계는 미래를 향하게 되며 그 가운데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만남에 이별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시간’과 ‘신뢰’와 ‘기대’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시간으로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현재를 중요시 여기는 마음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동일하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현재와 미래가 동일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만남에 이별을 걱정하기 보다는 더욱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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