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현실이라던데
결혼은 사랑의 결과라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참여해서 더 잘 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가정이 생기고, 내 편이 생기고, 외로움이 덜해질 것 같은 기대만으로 결정하기엔 결혼은 너무 큰 제도처럼 느껴진다.
결혼이 주는 가장 큰 변화는 책임의 기본값이 달라지는 데 있는 것 같다.
결혼이란 사건을 함께 처리하는 팀이 되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연애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각자 해결이 가능할 때가 있다.
하지만 부부라는 공동체가 된 순간부터는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우리 일이 되는 듯하다.
돈 문제, 주거 문제, 집안 문제처럼 삶을 구성하는 문제들 앞에서
너가 알아봐줘, 네 일이잖아가 아니라
우리 같이 알아보자, 기준을 같이 맞춰보자 같은 태도가 부부를 단단한 동맹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이런 태도가 없다면 결혼은 한쪽이 짐을 떠안는 구조로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애나 동거가 개인 두 명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결혼은 팀 하나가 중심이 되는 느낌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때부터는 아래 질문들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우리의 규칙은 무엇인가?
어떤 상황까지 ‘우리 일’로 볼 것인가?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복귀할 것인가?
배우자 선택은 결국 누가 더 좋은 사람이냐라기보다 누가 나와 운영 규칙이 맞느냐에 가까운 문제인 것 같다.
그 운영 규칙을 정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명확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상대가 대화를 피하고 잠수할 때
문제를 알아서 하라고 외주 줄 때
갈등이 생겼는데 흐지부지 넘어갈 때
결혼은 삶이고 삶은 사건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지점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평생 봐 온 가족이어도 같이 살면 부딪힌다. 그래서 공동 루틴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집안일 분담을 어떤 기준으로 납득하는가
정리정돈/청결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
휴식/사교/개인 시간의 비중을 어떻게 원하는가
결혼에서 돈 문제는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영역인 것 같다.
나는 지출을 통제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가 유연하게 쓰는 편인가
큰 지출(주거/차/여행)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비상금/대출/투자/저축에 대한 성향은 어떤가
이 사람이 내 편이다라는 감각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 애정이 이어지려면 친밀(대화,스킨십)을 방치하지 않는 의지가 함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결혼은 어쩌면 낭만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를 요구하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보게 된다.
우리는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일’로 처리할 수 있는가?
갈등이 생겨도 관계를 끊지 않고 복귀할 수 있는가?
우리 팀의 규칙(돈, 주거, 가족, 생활)을 합의하고 지킬 수 있는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정의를 상대에게 솔직히 공유할 수 있는가?
스스로를 정의하고, 그 정의와 합이 맞는 사람을 고르는 선택이어야 실패 확률이 줄어드는 것 같다.
공식적인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방식에 대한 계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결혼을 꿈꾸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아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위에서야 비로소, 누군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함께 버틸 수 있어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어서 ‘우리’가 되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