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혼란으로부터 나온 질문

01 프롤로그

by 권미림

"할아버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_<그래도 계속 가라>, p.17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이 질문이 어마어마한 무게로 매 순간 나를 짓누를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그 질문의 답이 됐고, 그 무엇도 해결책은 되지 던 날들. 음을 갉아먹는 고민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들. 잃어버린 방향. 자책과 죄책에 무너지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던 무기력, 그 분노와 혼란. 그것들이 나를 삼키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깜깜한 터널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 같았던 날들 중에, 저 멀리에서 옅은 빛을 보게 됐다. 너무 희미해서 두 눈을 비비고, 미간을 찌푸리며 초점을 맞춰야 했지만 분명 빛, 아니 빛 같은 문장이 있었다. "그래도 계속 가라."





*

아무리 기억해 보려 해도, 도대체 그 책이 어떻게 내 방 책장에 꽂히게 됐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책방에서 산 기억은 물론, 누구에게 빌린 기억도, 선물을 받았거나 문 닫는 도서관에서 얻어온 기억도 없었다. 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 책을 뽑아 들고 겉장을 넘겼다. 낡은 책 속에는 누구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다시 책을 덮고, 책 제목을 곱씹어 읽었다. 그래도 계속 가라, 그래도 계속 가라.





*

책 속에는 나와 처지가 비슷한 제레미라는 남자가 등장다. 그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혼란과 분노 속에서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질문한다.


다행히도 제레미에게는 그 무거운 질문을 가지고 찾아갈 사람이 있었다. 늙은 매, 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외할아버지다. 평생을 좁은 땅 안에서 사셨지만 한결같은 평온한 태도와 흔들림 없이 대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할아버지. 그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분이셨다.


그 책은 젊은 제레미의 질문과 늙은 매 할아버지의 지혜가 오고 가는 책이다.





*

벌써 9년 전이다. 나는 어두운 방, 침대에 엎드려 <그래도 계속 가라>를 읽었다. 단숨에, 마른 목을 축이듯. 다 이해하기엔 버거웠지만, 마치 막에 숨겨둔 샘물을 발견한 것 마냥 허겁지겁 책을 읽어 내렸고,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났었다.


지만 수년이 지나 또다시 삶의 방향이 헷갈리기 시작했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나를 덮었다. 그 답답함 밑에서 나는 이 책을 생각했다. 속의 모든 문장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읽는다. 어떤 구절은 소리를 내어 읽는다. 그땐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글들이 이번에는 마음에 새겨지길 바라며 씹고 곱씹는다.


그래도 계속 가라.


그래, 삶은 계속되어야 하는 여행이기에. 이 책에서 얻은 힘을 두 다리에 넣고, 계속 용기를 얻는다. 부족한 나에게도 살아갈 힘이 됐다면, 이 책은 분명 당신에게도 한 줌 지혜와 용기와 힘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한 권의 책, 수만의 용기

<그래도 계속 가라>

_조셉 M. 마샬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 삶

@john.and.m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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