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간에 여행이란 반드시 끝나기 마련이지."_<그래도 계속 가라>, p.48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일은 꽤 근사했다. 일단 여행자들로 북적이지 않았고, 옥색 강 옆으로 작고 단아한 집들이 서있었으며, 꽃도 많았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강소리와 새소리가 전부였던 마을. 나는 숨을 죽인 채 마을을 걸었다.
그러다 마을 한가운데에서 작은 교회를 만났다. 옅은 빨간색의 벽돌과 따뜻한 초록색의 식물들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낮은 담벼락 너머에 내려앉은 햇빛을 지나치지 못하고 교회 문으로 들어섰다. 돌계단 위에는 달팽이들이 기어 다니고 있어서 발을 조심히 디뎌야 했다. 어렴풋한 강물소리가 들렸다.
빨간 벽에 손을 대고 한 바퀴 돌다가 교회 뒤편에 있는 꽃밭에 닿았다. 노랗고 하얀 꽃들 사이로 세워진 십자가 상이 열 개쯤 있던 곳, 그 자리는 마을 공동묘지였다. 나는 차분히 묘비 앞에 서서 읽지 못할 글자들을 읽어 내리며 생각했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죽음은 피해야 할 것이나 관념 속의 것만은 아닐 거라고. 어쩌면 그들은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기억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건 죽음이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삶이다.¹ 이것은 멀쩡한 비행기가 하늘에서 갑자기 폭파될 것 같은,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몰라 야위어가는 삶을 말하는 게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삶은
죽음을 받아들인 삶이다.
언젠가 나의 인생의 여행도 마지막에 다다를 것을 기억하는 삶. 마주쳤던 그늘진 숲과 늪지대, 마른땅과 폭신한 풀밭을 지나 마침내 도착할 인생의 끝을 미리 내다보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네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는
앞으로 네가 여행을 하면서
만들어가게 되어 있단다.
인생의 마지막, 그 여행의 끝을 기억하는 사람은 길 위에 마주하는 모든 선택 앞에 담담하다. 초조하거나 빠듯하게 굴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쓰는 일에 지혜롭다. 끝날을 염두에 둔 여행자의 배낭 속에는 무게를 감당 못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식량은 담겨 있지 않다. 반대로 하루 이틀 먹고 끝날 몇 개의 도시락만이 남아 있지도 않다. 여행 끝날까지 너끈히 먹을 식량, 그것이 남는다면 동행자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로 건넬 넉넉한 마음이 배낭 안에 담겨있을 것이다.
죽음, 인생이라는 여행의 끝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아등바등하지 않고, 담담하게 모든 것을 선택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자라온 나와 당신의 여행이 끝나는 날, 온전한 모습의 우리가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권의 책, 수만의 용기
<그래도 계속 가라>
_조셉 M. 마샬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 삶
¹<지성에서 영성으로>, p.35,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