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젖음과 마름, 약점과 강점

05 약해진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by 권미림

"너에게 장점만이 아니라 약점도 있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은 다 양쪽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_<그래도 계속 가라>, p.56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쓰는 일에 더디면서, 글 하나를 품며 답답하고 괴로울 때가 열에 아홉이면서, 왜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까.





*

바쁘게 빠르게 살 땐 약점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음은 물론, 나의 강점과 장점만 생각하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러니 이까짓 일 다 해치워 버릴 수 있다고 속이며 살아왔었다. 그래야만 했다. 약점을 인정하면 약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일에 지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써내려 가면서부터, 단단했던 마음에 틈이 생기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진실하지 않은가, 왜 나는 이상적이고만 싶어 할까 같은 내면적인 갈등과 부족한 필력 같은 외면적인 좌절까지. 그렇게 하나 둘 약점들이 눈이 들어오면서부터, 적어도 글 앞에 있는 거의 모든 시간에 계속 괴로워했다. 독자의 수가 늘면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고, 독자의 수가 줄면 당연한 일이라 여기는 게 맞다고도 생각했다.



밤과 낮, 삶과 죽음, 뜨거움과 차가움,
젖음과 마름,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암놈과 수놈,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약점과 장점



그렇게 마음이 무너지던 지난밤, 9년 만에 다시 읽는 책(이 매거진의 바탕인 <그래도 계속 가라>)에서 위로를 얻었다.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 자체가 바로 크나큰 약점이고, 바꾸어 생각해 보면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곧 우리의 장점이 된다는 말이. 누구도 약점만 혹은 강점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 그 약점과 강점은 꼭 밤과 낮처럼, 젖음과 마름처럼, 조화를 이루며 삶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말이 '속수무책'으로 나를 감쌌다.


강점을 강점으로 보지만 약점은 무시하는 사람이나,

약점을 약점으로 보지만 강점은 무시하는 사람 말고.

약점을 약점으로,

또 강점을 강점으로 볼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생기길.



네가 살고 있는 그 순간의 너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해라.
어차피 지혜란 장점만이 아니라
약점 가운데서도 얻어지는 법이니까.



나에게 너무 관대하지도, 너무 인색하지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지혜를 늘 탐내며, 그 누구라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이러다 꼴까닥 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

아, 그리고.

지난번 내가 쓴 글에서처럼 그늘진 숲 앞에서 두려워 떨고만 있지 말고 발을 내디뎌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너무 가까운 앞만 내다보지 말고 저 멀리 여행의 끝을 생각하라고 말해준 남편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과 사랑을 전한다.






한 권의 책, 수만의 용기

<그래도 계속 가라>

_조셉 M. 마샬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 삶

@john.and.molly

photo. @sebastian_unrau,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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