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속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

14 석수장이 이야기

by 권미림

"각 계단의 맨 아래쪽에 이 말이 새겨져 있었다는구나."_<그래도 계속 가라>, p.186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우화들 중에, 나의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옮겨 적어보았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도 지혜를 새겨주길 바라며.





*

아주 오래전 어느 여름, 한 젊은이가 자기 마을과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갔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 그는 자신이 봉우리에서 바라본 놀랍도록 멋진 광경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표현으로도 자기가 본 광경을 다 전해줄 수 없어 답답했다.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산봉우리에 올라 직접 보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길은 너무나도 높고 험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한 석수장이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산비탈에 있는 화강암으로 젊은이가 오른 산꼭대기까지 가는 계단을 깎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은 자기네 평생에 완성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석수장이의 생각을 비웃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수장이는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은 채 첫 번째 계단을 깎기 시작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계단의 크기는 사람 키의 절반 만했고, 그 폭도 같았다. 게다가 날씨가 좋은 날에만 겨우 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는 네 개의 계단밖에 만들지 못하고 노인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그가 죽으면 이 어리석은 짓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일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는 젊은 사내가 나타나자 모두들 놀라 자빠질 뻔했다.


사람들은 젊은 석수장이를 조롱했다. 그 역시도 겨우 몇 개의 계단을 만들었을 무렵 중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그 일을 계속하겠다고 나섰고, 마을 사람들 이번에도 뒤로 넘어갈 정도로 놀랐다. 그렇게 계속해서 꼭 한 사람씩 그 일을 이어나가겠다는 젊은이들이 나타났지만, 사람들은 비웃을 뿐이었다.


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세상에는 자동차와 전깃불 같은 새로운 기계들이 마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계단을 깎는 일은 여전히 한 사람과 그 사람 손에 들린 작은 망치와 끌만로 느려 터지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거의 쉰 명에 가까운 석수장이들이 계단을 위해 땀과 눈물과 때로는 피까지 바쳤다.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지치고 흐트러진 행색에, 햇볕 때문에 얼굴이 갈색으로 타고, 고된 작업으로 인해 두 손에 굳은살이 박인 석수장이가 마을 읍장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더니 읍장에게 다 낡은 망치와 닳아빠진 끌을 선물로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일이 다 끝났소이다."


그 석수장이는 그렇게 마을을 떠났고, 두 번 다시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아무도 산꼭대기까지 계단이 이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당연히 하나밖에 없었다. 직접 올라가는 것. 읍장은 젊은 사람 둘을 지명해 그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라고, 그리고 그 과정을 사진기로 찍어오도록 했다. 두 젊은이는 계단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담으며 계단을 올랐고, 정상에서는 마을의 풍경을 담았다. 며칠 후 두 사람은 마을로 내려와서 계단이 실제로 산꼭대기까지 이어져있다고 보고했다.


그들이 찍은 수백 개의 계단 사진이 전시되자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들은 사진 속 모든 계단마다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표지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것이야말로 왜 앞선 석수장이들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석수장이가 그 작업을 계속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각 계단의 맨 아래쪽에 이 말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






한 권의 책, 수만의 용기

<그래도 계속 가라>

_조셉 M. 마샬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 삶

@john.and.molly

photo.@marcusdallcol,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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