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나와 남편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고 나란히 앉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집안에 불은 모두 꺼 둔 채로, 침대 맡에 널브러져 앉은 채로. 계절에 맞지 않은 두꺼운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당기며 몇 번인가 허리를 고쳐 앉았다. 어느새 남편은 엉덩이를 미끄러트려 반쯤 눕더니 내 어깨 위에 자기 머리를 고였다. 졸린 그의 두 눈. 그가 편히 내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그렇게 잠들 수 있도록, 최대한 어깨를 들썩이지 않으려고 잠시 동안 작게 숨을 내쉬었다.
영상이 끝날 때쯤에야 가볍던 그의 머리가 툭하고 가라앉듯 무거워졌다. 힘을 뺀 사람 몸이, 사람의 머리가 이렇게나 무거웠나. 나는 그의 무게에 새삼 놀라다가 문득 그가 가엾어졌다. 내 어깨에 기대 잠든 그가 한없이 아이 같아서, 아니 혹시 이렇게 맥없이 죽은 건 아닌가 싶어서 조용히 그의 숨에다가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가만히 그 무게를 누리고 나서야 남편을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에 혼자 깨어 왜 여태껏 누구에게 기대 보려고 하지 않았나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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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못했던 건 어쩌면 자존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누군가에게 나의 약점을 내보인 것 같은 기분이 달갑지 않았고, 들킨 약점 위에 내리는 동정 같은 위로가 싫기도 했다. 아니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일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아무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없을 거라는 강퍅한 마음과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 나는 그런 것들 안에 갇혀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그 늦은 밤에 모든 힘을 쭉 빼고 내 어깨에 기대었던 그 무게에서 하나의 태도를 배웠다. 긴장을 풀고, 조금은 뻔뻔하게, 자기를 온전히 드러내고 내맡기는 일. 위로를 위로로 받을 줄 아는 일. 기대서 좀 쉬라는 마음에 도도한 척하며 빼지 않고 그저 예- 하고 대답하는 겸손의 태도를.
나의 나 됨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에 서툴렀기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에도 서툴렀던 것이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분명 부끄러운 교만일 테다.
이제부턴 이리 와서 좀 기대, 라는 따뜻한 말에까지 콧대를 세우지 않아야겠다. 그 따뜻한 위로에 응, 나 좀 쉬고 싶었어, 하며 슬며시 어깨에 기대 버려야지. 그리고 가끔은 뻔뻔하게 힘을쭉 빼고 잠들어버려야지. 응, 그래야지. 나는 그날 밤, 그렇게 좀 작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