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미림 Mar 25. 2020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까

    담담하게 나의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 쉼 없이 걷던 두 발을 쉬이고 가야 할 길을 마치는 날을. 그러니까 나의 마지막 날을 생각해 보았다.


    그날에 나는 서운할까, 부끄러울까, 다행스러울까, 속 시원할까, 후회가 될까, 아니면 애달플까. 그날에 나는 내 모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나 있을까, 아니면 들통나지 않도록 꽁꽁 숨기려고만 들까. 많이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할까, 아니면 부족하게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만족해하고 있을까. 내 인생 어디에라도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기나 할까.


    나중에, 죽음 앞에 서는 날에.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마 눈 꿈뻑이다가 불현듯 누구라도 제게 사랑을 알려달라고, 제발 진짜 사랑을 맛보아 알게 해달라고 조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일에 자신이 없는 탓이다. 누군가를, 그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여태까지 흉내 내고만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착한 성품을 본성으로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시기를 하고 있으니 어쩜 내 마음은 이리도 모순 투성이일까.





-

    오늘처럼 마음이 무너지는 날엔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을 조용히 되새기며 다시 무릎을 세울 뿐이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게 사랑이란다."


    지막 날에 주어질 사랑하는 법을 배웠냐는 질문 앞에서 결코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로만 아니오, 하씰룩거리는 입술을 억지로 감추려는 꼴 말고. 아, 나는 부족합니다, 지금도 부족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고. 그러나 희미하게나마 사랑을 맛보았음에 안도하고 싶다고.


    아직 늦지 않았을 거다.


ⓒRachel Lees,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