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내일은 걸어야겠어

by 권씀

타오르는 볕을 등에 달고 걸었던 건 아직 생생한데

노을을 등지고 걸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싶어


그러고 보면 생각이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한 것도

걷는 걸 조금씩 멈출 즈음이었던 것 같아


숨이 차오르도록 뛰어오르지 않아도 되는 걸

그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미루고만 있었지


심장박동이 멈춘 것만 같은 때가 있어

산다는 게 그런 거더라

강요하지 않은 압박감에 심장이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난데없이 꽂힌 말의 비수에 하염없이 주저앉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걷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조금은 지친 몸이 되려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더라

지치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곤 말을 못 하겠어

다만 지칠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래

내일은 좀 걸어야겠어

노을이 보이는 저녁이어도

비가 조금씩 내리는 저녁이어도


지친 마음에 내 몸도 평행선으로 같이 갈 수 있게

조금이나마 내가 나를 토닥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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