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볕을 등에 달고 걸었던 건 아직 생생한데
노을을 등지고 걸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싶어
그러고 보면 생각이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한 것도
걷는 걸 조금씩 멈출 즈음이었던 것 같아
숨이 차오르도록 뛰어오르지 않아도 되는 걸
그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미루고만 있었지
심장박동이 멈춘 것만 같은 때가 있어
산다는 게 그런 거더라
강요하지 않은 압박감에 심장이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난데없이 꽂힌 말의 비수에 하염없이 주저앉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걷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조금은 지친 몸이 되려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더라
지치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곤 말을 못 하겠어
다만 지칠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래
내일은 좀 걸어야겠어
노을이 보이는 저녁이어도
비가 조금씩 내리는 저녁이어도
지친 마음에 내 몸도 평행선으로 같이 갈 수 있게
조금이나마 내가 나를 토닥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