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야간 비행

by 권씀

어둠이 점점 길어지는 계절이 되면 추위는 그보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죠. 고요한 가운데 두 날개를 펼치면 가을의 따사로운 일몰이 날 반겨주죠. 검은 숲 위로 타오르는 태양이 점점 내려오면 그곳을 향해 야간 비행을 해요. 한없이 넓고 투명한 공간 속에 분진들이 일고 햇빛은 허무보다 가볍게 떠오르는 먼지들을 찬란하게 만들어요. 야간 비행을 해요. 지겹도록 뜨거웠던 지난 날을 아래에 두고서요. 아득한 달의 나라로 가기까진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요. 등을 짓누르던 무거운 산소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감정을 찍어 누르고 나를 하늘의 이면 속으로 끌어내리면 비로소 난 자유로워지죠. 평온해 보였던 하늘은 이면 속으로 들어온 내게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들이밀며 거센 바람으로 내 멱살을 잡고 휘두를지도 모르죠. 그래도 난 지난 날에게서 벗어날래요. 야간 비행을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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